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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주총 시즌 ‘女風’ 없는 은행권···유리천장 여전히 두껍다

금융 은행

주총 시즌 ‘女風’ 없는 은행권···유리천장 여전히 두껍다

등록 2021.03.18 07:01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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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빅4, 주총서 사외이사 6명 신규 선임 예정새 얼굴 중 女사외이사 1명 뿐···은행권 내에서 이동‘女이사 선임 의무’ 법률 시행에도 은행권 관심 냉대“구인 사정 어렵다” 호소···“아직 시간 많다” 반응도

주총 시즌 ‘女風’ 없는 은행권···유리천장 여전히 두껍다 기사의 사진

사외이사들이 대거 선임되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금융권에서도 금융지주회사와 은행들이 사외이사진을 개편하고 있으나 여성 사외이사들이 대거 진입하는 다른 민간기업의 이사회와 달리 ‘여풍’이 불지 않고 있다.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여성 근로자들의 숫자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업종이지만 보수적이고 남성 우선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진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이사진의 변화는 크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유리천장이 여전히 공고함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내년부터 여성 사외이사의 선임을 의무화하는 법률이 시행되지만 이에 대한 은행권의 관심은 생각외로 차갑다. 이 때문에 은행권 CEO들이 입버릇처럼 외치는 ‘여성 친화 경영’이 허언이 아니냐는 지적도 은행권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와 지주 산하 은행들은 오는 25일과 26일에 정기주총을 잇달아 열고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거나 재선임할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는 총 6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한다. 그 중 여성은 1명이다. KB국민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하던 권숙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유일하다. 권 고문은 국민은행 사외이사에서 물러나 하나금융지주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

이로써 4대 금융지주와 산하 은행에서 일하는 여성 사외이사의 수는 5명이 됐다. KB금융에서는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있고 신한금융에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가 있다. 또 하나은행에는 황덕남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까지는 총 6명이었으나 올해 주총 이후에는 1명이 줄게 된다. 차은영 하나금융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물러나기 때문이다. 차 이사가 물러나는 자리에 권숙교 고문이 들어가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비롯해 3대 지방금융지주(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와 지방은행에는 여성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주총 시즌 ‘女風’ 없는 은행권···유리천장 여전히 두껍다 기사의 사진

은행권의 여성 인력은 갈수록 늘고 있음에도 이들의 방패가 될 수 있는 여성 사외이사가 줄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 자회사 은행의 여성 근로자 수는 2018년 말 3만618명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만1140명으로 1.7% 늘었다.

금융권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 확대는 시대적 과제로 꼽히고 있으나 금융권의 핵심인 금융지주와 은행 이사회는 정작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2조원 이상 자산을 갖춘 상장법인의 이사회는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무조건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수백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금융지주와 은행은 당연히 이 법을 따라야 한다.

다만 해당 법 규정을 무시하고 이사진 전원을 남성으로 구성한다고 해도 별도의 처벌조항이 없어서 법안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같은 금융권 내에서도 보험업권은 이미 자본시장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여성 사외이사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조배숙 전 민생당 의원, 한화생명은 이인실 전 통계청장, 메리츠화재는 김명애 건국대 교수, DB손해보험은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유독 은행권만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굼뜬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구인난도 있지만 은행 경영진의 보수적 마인드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한 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아무나 선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 각계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분들을 모셔와야 하는데 여성 전문가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에서도 여성, 디지털 전문가, ESG 전문가 등을 꾸준히 찾고 있다”면서 “주주들의 추천을 받는 부분도 있는 만큼 금융회사의 권한 밖의 일도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는 예상 밖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법안 시행 시점까지 1년 이상 남아있다”면서 “내년 봄 주총에 사외이사 개편 기회가 한 번 더 있는 만큼 이때 움직여도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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