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으로 문방구 사장님 등 개인 사업자인 친구에게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남는 코인은 은행에 저금한다. 은행원은 대출해주기도 하고, 이자를 계산해 적금도 관리한다. 투자도 가능하다. 각자 번 코인으로 주식을 사면 매일 선생님 몸무게를 기준으로 주식 가격이 결정된다.
사회에선 당연한 풍경이 교실로만 옮겨 갔을 뿐인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 한국인은 금융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채로 사회에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돈’이 뭔지 모르고 성년을 맞이한다.
그래서 금융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은행에 꼬박꼬박 저축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던 시대에는 그나마 덜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평생 모아도 서울 전셋집조차 힘든 지금은 금융 문맹이 생활의 불편을 넘어 생존이 달린 문제로 귀결된다.
실제 2016년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만 25~64세 남녀 펀드투자자 2530명을 대상으로 금융 지식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41.98점이 나왔다. 국내에서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금융 이해도가 50점을 못 넘은 것이다.
2018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역시 62.2점으로 집계돼 OECD 평균보다 낮은 결과가 나왔다. 최근 고등학생 10명 중 7명은 펀드 투자 원금은 무조건 보장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세계 10위 무역대국을 자부하는 한국 국민들의 실상이다.
그래서 대부분 국민들은 소위 금융권 전문가라고 불리는 금융 판매인들의 설명을 듣고 투자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 상품이 검증이 제대로 안 돼 있는 상태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렇게 불거진 게 ‘라임펀드’ 사태다.
골자는 라임이 비상장 기업을 매수해 자신들의 부실한 전환사채를 인수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수익률을 조작한 사기 행각이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소비자들이 라임펀드가 사모펀드라는 사실을 모르고 가입했거나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안내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금융 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종전보다 촘촘하게 개정하고 오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권을 포함한 보험사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팀을 조직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사들은 금융 상품 판매직 사원들 교육을 강화하고, 신기술을 도입해 빈틈을 메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이런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은행들이 내놓은 대책을 뜯어보면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모 시중 대형 은행들이 추진하는 ‘AI 상품 설명 자동리딩 방식’은 책임 판매에 중점을 뒀다기보단,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가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회피 가능성이 커 보인다.
1000원짜리 상품을 구매해도 문제가 발생하면 판매자가 책임을 진다. 금융 문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현 상황에선 금융 판매자의 도의적·사회적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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