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투자업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염금은 지난 23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를 열고 대한항공 정기 주총에 상정된 안건 대부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과 현 사외이사인 임채민 법무법인 광장 고문, 김동재 현세대 국제대 교수 2인의 재선임안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인 김세진 한국펀드평가 대표이사와 장용성 한양대 경영대 특임교수, 임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의 선임안에도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실사 미흡 ▲계약상 불리한 내용 등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 등을 반대 사유로 꼽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장이 설득력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리수를 두는 배경도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열린 대한항공 임시 주총에서 발행주식총수를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실사 없이 인수를 결정하고, 아시아나항공 귀책 등을 계약해지 사유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국민연금은 임시 주총 하루 전날 수탁위에 검토보고서를 넘기면서 졸속 검토 논란을 빚었다. 수탁위가 ‘반대’ 결정을 내린 것도 검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정관변경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이다. 발행주식 4분의 1과 출석주식수 과반이 찬성해야하는 ‘보통결의’보다 가결 기준이 까다롭다.
대한항공 임시 주총에는 의결권있는 주식 총수 중 55.73%가 출석하고, 찬성 69.98%로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이 내세운 논리와 명분이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도 동일한 명분으로 반대를 결정했다. 특히 기존 이사들의 재선임에 대한 반대 근거도 빈약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은 ‘구주매입’이 아닌 ‘제3자배정 신주발행’ 방식이고, 발행가도 규정에 따라 최저가로 결정했다. 단지 실사가 없었다는 이유 만으로 기존 이사회 구성원의 중임을 반대하는 것은 ‘명분쌓기’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주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영향으로 당초 2조5000억원으로 결정한 유상증자 규모는 3조3000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유상증자 역시 흥행했고, 신용도 방어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주가치 훼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시장에서는 수탁위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한다. 편향된 이념지향성과 폐쇄성 등으로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생존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주장이다.
수탁위는 경영계와 노동계, 지역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각 3명씩 총 9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지배구조나 금융 전문가도 포함돼 있지만, 지역가입단체에서 추천받는 노동계 등 비전문가도 일부 배치돼 있어 표결 결과의 전문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표결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시장의 불신을 높이는 이유다. 구체적인 논의 과정은 모두 비공개되고, 찬성과 반대에 대한 적절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감사원은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연금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일관성 없는 의결권 행사를 지적한 바 있다. 이 역시 전문성 부족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탁위가 이미 시장에서 외면받은 논리를 두번이나 주장한다는 것은 논리 오류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채권단이 항공업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한 항공사간 대통합을 국책기관이 반대하는 모양새가 민망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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