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부회장 아버지 이어 차기 농심 회장 예상지분정리·임원겸임 해소 계열 분리 속도 전망
신 회장은 1992년 회장에 선임된 이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그룹 회장직만 맡으며 세부적인 경영 현안은 경영진들에게 맡겨왔다.
승계 판은 일찌감치 세 아들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장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차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삼남)을 중심으로 짰다.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부회장이 지분 42.92%로 최대주주 자리에 있고 이어 신동윤 부회장이 13.18%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총 66.60%에 달해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공고하다.
◇‘차기 회장’ 신동원, 유연한 경영 전략 정평=신동원 부회장은 오랜 기간 농심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경영권을 잡은 인물이다. 1979년 평사원으로 농심에 입사해 17년 만에 부사장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2000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10년부터는 농심홀딩스 대표까지 맡으며 농심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1996년 농심의 첫 해외생산 공장인 중국 상하이공장이 준공되면서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신 부회장은 상하이공장 준공 다음 해인 1997년 국제담당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1997년 칭다오공장, 1999년 선양공장 등 중국 사업과 2005년 미국LA공장 준공 등 해외사업 확장에 힘을 쏟았다. 신 부회장이 해외사업을 맡으면서 농심은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신 부회장은 국내에서도 농심이 점유율 지키기에만 안주하지 않도록 유연한 경영 전략을 펼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3년 동안 8% 가까이 하락하며 위기에 빠졌던 2015년 ‘짜왕’을 내놓으면서 단숨에 라면 신화를 다시 썼다. 신 부회장은 짜왕 흥행의 주요소였던 굵은 면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쟁사 오뚜기가 ‘진짬뽕’으로 열풍을 일으키자 추격 카드로 ’맛짬뽕’을 내놓으면서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동원·동윤·동익 체제, 계열 분리 빨라지나=농심은 계열 분리 작업을 일찌감치 진행해왔다. 메가마트는 신동익 부회장 지분 56.14% 외 다른 형제들의 지분은 없어 사실상 계열 분리가 완료된 상황이다. 메가마트 지분 9.54%를 보유, 3대주주에 있는 이스턴웰스 지분도 신동익 부회장(30%), 장남 신승렬 씨(35%), 차녀 신유정 씨(35%)가 갖고 있다.
메가마트 계열사는 농심홀딩스와는 지분 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 신동익 부회장도 올해 3월 농심홀딩스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신동익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 신동익 부회장의 장남 신승렬 씨가 올해 7~8월에 걸쳐 농심홀딩스 보유 주식 1964주를 처분한 것도 계열 분리를 위한 작업이라는 추측이다.
농심과는 정리가 필요한 지분이 아직 남아있다. 신동익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농심 지분 1.64%와 신동원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엔디에스 지분 15.24%다. 지분가치의 차이가 있지만 일감몰아주기 등 이슈 해소를 위해서는 계열 분리를 진행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해석이다.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가 지분 31.94%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동윤 부회장이 2대 주주로 지분 13.93%를 보유 중이고 신춘호 회장이 13.5%를 가지고 있다. 율촌화학이 완벽하게 계열 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매각하고 농심홀딩스가 가진 율촌화학 지분 31.94%를 매입하면 된다.
신 회장의 보유 중이던 농심(5.75%), 율촌화학(13.5%) 지분은 각각 신동원, 신동윤 부회장에게 상속될 전망이다. 신동윤 부회장이 지분을 넘겨받으면 율촌화학도 계열 분리가 마무리된다.
농심그룹은 임원겸임을 해소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이미 신동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농심개발, 올해 1월 1일자로 호텔농심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3월 19일 감사보고서 기준 신춘호 회장은 농심과 태경농산, 메가마트에,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과 태경농산, 농심엔지니어링, 농심기획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 캐처스, 엔에스 임원을 겸임하고 있다.
◇신동원의 남은 과제, ‘신성장동력’ 발굴=농심의 차기 회장 자리에는 신동원 부회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동원 부회장의 남은 과제는 신성장동력 확보다. 농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식품 산업에서 영역 파괴로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농심은 사내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 사례 등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새로운 먹거리들을 구상하고 회사에 제안하는 형태다. 각 사업부문에서도 새로운 제품군에 손을 뻗고 있다. 중소기업 간만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숙취해소제 판매에 나선 것도 이 일환이다.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Veggie Garden)도 농심이 새롭게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3세 경영은 신동원 부회장의 장남인 신상렬 씨를 중심으로 승계 구도가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농심그룹이 장자 승계 원칙이 명확한 보수적인 기업인 것 또한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오너 3세 중 신상렬 씨가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1.41%)도 가장 많다. 신상렬 씨는 농심홀딩스가 설립됐을 당시인 2003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증여받거나 매입했다.
현재 신상렬 씨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 졸업 후 외국계 회사 인턴 과정을 끝내고 지난 2019년 3월 농심에 입사했다. 농심 경영기획팀에서 평사원으로 근무하며 경영수업에 돌입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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