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재임 843일···윤증현 842일 재임 기록 추월한해 추경만 4번 편성···경제 중대본 31회 주재코로나19 경제 위기 신속 대응···부동산 대책도번번이 소신 꺾여···‘홍두사미’라는 별명 얻기도
1일 기재부에 따르면 2018년 12월11일 취임한 홍 부총리는 재직 기간이 843일째가 돼 그동안 최장수였던 이명박정부 당시 윤증현 기재부 장관(842일)의 기록을 넘어섰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을 빚은 김동연 전 부총리 후임으로 홍 부총리가 임명되자 당시 관가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기재부 관료 시절 핵심 보직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초창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손발을 맞췄고, 이낙연 총리 추천으로 현 정부 두 번째 경제사령탑에 오를 수 있었다.
홍 부총리의 843일은 유독 다사다난했다. 정부는 지난해 59년 만에 처음으로 1년에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며 총 310조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올해도 14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코로나 피해 계층 지원에 나섰다.
그는 관계부처와 31회에 걸쳐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했다. 또 지난해 8월부터 18차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6번의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와 관련해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처벌할 3·29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 국면에서 유례없는 정책 대응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왔다. 또 정책의 무게 중심을 경제 활력 촉진과 혁신성장 강화로 옮겨 잡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우리 정부의 추경 편성 효과를 반영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3.6%로 상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하며 전례 없는 정책적 수단으로 경제위기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한 결과”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재정 건전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곳간지기’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최근 홍 부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 국민 보편 지원과 맞춤형 선별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여당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지급 방식이 선별 지원으로 일단락되면서 이번에야말로 홍 부총리가 소신을 관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당정 논의 과정에서 소신을 끝까지 관철하지 못하고 번번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선별 지급을 주장하다 결국 전 국민 지급을 수용하고,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당초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지급으로 돌아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강화 관련 논란이 일었을 때도 홍 부총리는 정치권에 밀려 뜻을 굽혀야 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예정대로 시행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으나 문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
우여곡절 끝에 최장수 장관 자리에 올랐지만, 홍 부총리의 앞날은 아직도 꽃길은 아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자리를 떠나면서 앞으로 행정고시 3기수 후배인 이호승 신임 실장(행시 32회)과 짝을 이뤄 경제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최근 기재부 1·2차관이 동시에 교체되면서 홍 부총리의 교체설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4월 재보궐선거 전후로 거취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 달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할 경우 청와대는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내각을 대거 교체할 수 있다. 경제팀을 이끄는 기재부 장관 역시 우선 순위로 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가 최장수 기록을 넘어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자리를 지킬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향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를 바꾸기 어렵고, 그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후임자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다만 홍 부총리가 빈번히 소신을 꺾으면서 떨어진 기재부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은 남은 과제다. 또 한 차례 소신을 지키긴 했지만, 확장적 재정기조가 지속되며 나랏빚 1000조 시대를 눈 앞에 둔 것도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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