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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ETF’, 한국선 왜 안 되나

[NW리포트]‘비트코인 ETF’, 한국선 왜 안 되나

등록 2021.04.12 07:41

수정 2021.04.12 07:54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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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어 美 비트코인 ETF 상장 초읽기“비트코인 ETF 출시는 ‘제도권 진입’ 의미”현금 가치 인정 안해···국내 출시 ‘안갯속’운용업계 “관련 법령 없으면 상품 개발 어려워”

‘비트코인 ETF’, 한국선 왜 안 되나 기사의 사진

지난 2월 전 세계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펄포즈 ETF(BTCC)’가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TSE)에 상장된 것이다. 해당 ETF는 출시 후 일평균 5억3000만달러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고, 운용자산(AUM) 규모는 최근 9억달러를 돌파했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미국의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 상장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어 같은 달 2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도 SEC에 비트코인 ETF 예비등록 서류를 제출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비트코인 ETF’의 승인은 곧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의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SEC는 가격변동성이 크고 시장 조작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10여건 이상의 ETF 승인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이웃나라인 캐나다에서 벌써 세 번째 비트코인 ETF가 출시돼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암호화폐에 비관론을 펼치던 월가를 비롯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의 비트코인 시장 진출이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비트코인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국내 한 자산운용사는 비트코인 시세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덱스 펀드’ 형태의 비트코인 ETF 출시를 계획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의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해 결국 상품 출시가 무산됐다. 통상 ETF가 상장하려면 거래소로부터 ‘신청→심사→허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거래소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아직 현금가치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만큼 운용사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ETF시장팀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 상품은 아직 제도권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법령 등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며 “거래소 상장심사규정도 이에 근거해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는 관련 법령 등이 전무한 상황이라 거래소가 상장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해 아직까지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비트코인은 여전히 내재가치나 가격 안정성이 없는 투기 자산이라는 보수적 입장만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근거나 법령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ETF 등 관련 금융상품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상화폐 연계 상품 개발 계획은 없는 상태”라며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부정적인데, 괜히 상품 개발을 추진했다가 정부와 거래소에 밉보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 특성상 변동성 우려가 워낙 크기 때문에 운용자산 규모가 큰 삼성·미래에셋운용 외에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면서 “수익률과 자금 유입 규모도 어느 정도가 될 지 예측하기 어려워 국내에서 ‘비트코인 ETF’가 나온다면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비트코인 ETF 출시 등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다면 국내에서도 정부의 인식이 전환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커지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응해 건전한 투자환경과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위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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