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사업 상징이자 효과 봤다는 이화마을재개발 지역이었지만, 사업성 부족에 직권 해제일부 주민은 여전히 재개발사업 진행되길 바래관광객들로 붐비자 피해 호소, 주거환경 침입 등5년 전엔 벽화훼손 사건까지, 일부 지역은 슬럼화
13일 본지가 종로구 이화동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소를 찾아가보니 “이화1 주택재개발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놓고 당시 찬반이 나뉘었다. 재개발구역 해제를 환영한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해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라고 언급했다.
이화마을(옛 이화1 주택재개발 정비구역) 역시 당초 재개발지역이었다. 지난 2004년 조합을 구성했고 2008년 5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구릉지 지형에 낙산성곽 등이 있어 층고 제한 등의 이유로 사업성이 문제가 돼 그 이후로 10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서울시는 정비사업이 어렵다고 인정해 지난 2019년 9월 말 직권해제했고 30일만인 10월말에 최종적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시켰다. 대신 서울시는 한양도성과 인접한 이화동 일대를 특색을 살린 주거환경으로 개선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결국에는 도시재생사업의 연장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화마을에 본격적으로 벽화가 들어서기 시작한 때는 2006년이다. 조합 설립 후 2년 만의 일이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노후돼 방치된 지역 개선을 위해 복권기금을 이용한 도시예술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에서 총 열한 곳의 지역이 선정됐으며, 민간단체인 공공미술추진위원회에서 이를 주관했다. 2006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3억5천만원의 예산으로 이화동과 동숭동 일대에 주민과 예술인, 대학생과 자원봉사자의 참여로 벽화가 그려졌다. 그리하여 이화마을 곳곳에 그림과 조형물들이 탄생하게 됐고 벽화마을로 탈바꿈하게 됐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었고, 현재도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로 외국인과 대학생,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방문객들이 많아지자 지역 주민들은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을 포함해 피해를 호소했다. 결국 ‘과도관광’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 중 일부는 2016년 3월 벽화를 훼손시키기까지 했다. 이화마을 벽화는 특히 ‘물고기 계단’, ‘꽃 타일 계단’, ‘꽃 계단’ 등이 나름 유명 관광명소(?)였는데, 보다 못한 주민 몇 명이 밤 몰래 이 곳을 회색 페인트로 칠해버린 것이다. 사람 사는 마을이 관광지화 됨에 따라 주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온갖 불편을 시도 때도 없이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 불만이 벽화훼손으로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소음과 피해는 현재까지도 여전했다. 벽화를 훼손시켰던 주민들은 “관광객들 가벼운 발걸음에 주민들 재산 훨훨 날아가네”와 같은 불만과 요구사항을 적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벽화훼손에 이화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도 당황했고, 벽화를 그린 작가와 벽화훼손에 분개한 주민 50여명은 벽화를 훼손한 이들을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벽화훼손 이면에는 재개발사업을 원하는 주민과 재생사업을 원하는 주민들 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인근의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무산되고 서울시 주도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되면서 이화동 일대는 상당한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서울시 측은 말하고 있다. 다만 대다수의 도시재생사업들이 그렇듯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이 개선이나 변화를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벽화마을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주민에게 물어보니 “젊은이들이 다 떠났다. 이 곳은 노인들만 남아있다. 낙후된 지역은 재개발 대상되야 하는데 더 기다려서라도 사업이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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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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