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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3개월 주린이 기자의 ‘공매도 체험기’

주식투자 3개월 주린이 기자의 ‘공매도 체험기’

등록 2021.04.23 09:53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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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모의교육 1시간 이수...가상자금 1억 바이오주 투자정보력 없어 운에 맡긴 공매도...평가손익 –100만원 넘기도 전문가들 개인 공매도 확대 우려...“기관 이길 형편 안 돼”

그래픽 박혜수 기자 hspark@newsway.co.kr그래픽 박혜수 기자 hspark@newsway.co.kr

우리 증시는 개인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왔습니다. 지난해 3월 1400선을 밑돌았던 코스피 지수는 어느덧 3200선을 찍었고, 코스닥 역시 ‘천스닥’으로 거듭났습니다.

주변에선 너도나도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며 너스레를 떠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정작 증권기자인 저는 부끄럽게도 투자경험 3개월의 ‘주린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주식투자하면 망한다”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라선지 아직도 MTS에 접속할 때면 손이 벌벌 떨리네요.

아직 HTS조차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제가 겁도 없이 ‘공매도’에 모의투자해 봤습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공매도를 재개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는데요. 기관·외국인과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투자비율은 99대1.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자 개인투자자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기로 한 겁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투자기법을 뜻합니다. 투자자는 빌린 주식을 갚는 시점에 주가가 떨어지면 차익을 거둘 수 있죠. 공매도는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순기능이 있지만, 호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문제점 탓에 지난 1년간 금지돼 왔습니다.

사진=한국거래소 개인공매도 모의거래인증시스템 화면 캡처사진=한국거래소 개인공매도 모의거래인증시스템 화면 캡처

◇1억원으로 참여한 공매도 모의거래...원금손실 경고에 긴장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참여하려면 우선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공매도 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는 금융투자협회의 사전교육(30분)과 한국거래소의 모의거래(1시간)를 반드시 이수해야 합니다. 공매도 친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원금을 날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과정을 만든 것이죠.

저도 공매도 모의 투자를 위해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및 가상계좌 개설 후 개인공매도 모의거래인증시스템(HTS)을 내려받았습니다. 시스템에 접속하자마자 ‘공매도의 위험성’이라는 팝업창이 저를 긴장시켰는데요. 당일 하한가에 매도해 상한가로 마치고 그 다음날도 상한가가 계속되면 손실액이 투자원금을 넘어선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입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매도를 주문해볼까요. 제게 주어진 자금은 총 1억원입니다. 이는 최소 1억원 정도는 굴릴 수 있어야 공매도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모의거래시장에서 대주 가능 수량은 총 10만주로 정해졌습니다.

◇유명 바이오주 중심으로 공매도...묻지마식 깜깜이 투자 감행
장이 시작되기 앞서 어떤 종목을 공매도할지 구상했는데요.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약·바이오주에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정보력이 한참 부족한 ‘주린이’인 터라 바이오주들의 오늘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상 운에 맡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고른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에이치엘비 ▲에이치엘비제약 ▲크리스탈지노믹스 ▲유틸렉스 ▲휴젤 ▲메드팩토 ▲씨젠 ▲파마리서치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입니다. 이름이 익숙한 바이오 기업들을 중심으로 공매도해보기로 했는데요. 참고로 공매도는 코스피 200, 코스닥 150에 해당하는 종목들만 가능합니다.

저는 장이 시작하자마자 일단 에이치엘비 1100주와 크리스탈지노믹스 2000주, 유틸렉스 117주 등 총 6146만원 어치를 빌려 매도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장 시작 20분 만에 14만원, 30분 만에 28만6400원의 평가손익이 발생했습니다.

이날 개장 초반 에이치엘비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주가가 쭉쭉 빠지면서 저의 평가손익은 55만원대까지 불어났습니다. 당시 평가손익률은 0.30%였고, 투자했던 전 종목이 빨간불을 켰습니다.

사진=한국거래소 개인공매도 모의거래인증시스템 화면 캡처사진=한국거래소 개인공매도 모의거래인증시스템 화면 캡처

◇평가손익 +55만원에서 1시간 만에 –100만원으로...‘패닉’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50만원을 넘겼던 평가손익은 1시간 만에 마이너스 5만원으로 쪼그라들었으니까요. 이후 손실액이 속절없이 늘어나면서 패닉에 빠졌습니다. 초 단위로 손실이 늘어나는 게 보였거든요.

10시부터 저의 평가손익은 -25만원, -39만원, -59만원, 급기야 -1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마치 가상화폐(코인)에 투자하는 것처럼 변동성이 매우 컸는데요. 개장 직후 50만원 넘게 벌었다며 우리 증권팀원들에게 자랑했던 게 불과 몇 분 전이었습니다.

오후부터는 심기일전해 이번엔 다른 종목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씨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을 중심으로 거래를 체결했는데요. 평가손익이 어느정도 회복되면 바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실현손익을 내는데 집중했습니다.

점심 이후부터 장 마감(3시 30분)까지 저의 투자상황을 요약하자면,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36% 떨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손해를 막아줬습니다. 주당 가격이 높고 등락 폭도 크다보니 꽤 쏠쏠한 이득을 얻었는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분들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공매도 투자자인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죠.

◇실현손익 72만원 냈지만 ‘운’...개인 공매도 확대에 의문만 더 커졌다

이날 저의 최종 성적은 평가손익 –22만3200원, 평가손익률 –0.61%, 실현손익 72만5999원, 실현손익률 0.30%였습니다. 22만원의 손해를 끼친 파마리서치 때문에 평가손익이 좋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익을 손에 쥔 셈이죠.

물론 오늘 운이 좋아서 이익을 냈지만, 개인이 대체 왜 공매도에 뛰어들어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의 놀이터인 공매도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될 게 뻔합니다. 당장 저도 잠깐 사이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 손해를 입기도 했죠.

전문가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입장도 저와 다르지 않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답시고 개인 참여를 활성화할 게 아니라 기관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막아 자본시장을 깨끗하게 만드는 게 먼저라는 겁니다.

◇전문가들 “개인 자금력·정보력 열세...공매도 참여 안 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공매도는 기본적으로 자금력과 정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매도는 대규모 자금을 가진 기관과 외국인의 놀이터이지 개인은 주축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단순히 개인의 공매도 참여를 확대한다고 해서 공매도에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며 “주가가 오르는 장기적인 추세를 바꾸지 못하는 만큼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로 리스크를 키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가뜩이나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승률이 기관·외국인보다 떨어지는데 공매도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렵다”며 “특히 공매도의 깊고 오묘한 세계를 30분짜리 사전교육과 1시간짜리 모의투자도 어떻게 알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습니다. 다시 말해 공매도 문호를 연 금융당국이 정작 개인투자자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차명계좌가 많다고 알고 있는데, 개인투자자인 척하는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에 뛰어들면 주식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완벽한 운동장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는 최소한 3년에서 5년동안 길게 보고 차근차근 접근했어야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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