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는 지인에게 계좌번호를 찍어 송금한 기억이 거의 없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카카오톡 ‘송금하기’ 버튼 하나로 대부분 해결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실물 카드를 사용한 지도 꽤 됐다. 삼성페이·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로 클릭 한 번 하면 비대면 쇼핑이 가능하다.
기존 금융권이 뒤늦은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간편 결제 시스템 구축’은 이미 2030세대 삶 속에 녹아들어 있다. 비단 젊은 층 뿐 아니다. 카카오페이 가입자들은 이미 대한민국 인구의 67%(3500만명·2020년 9월 기준)다.
사용자를 사로잡은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의 특징은 무엇을 ‘없앴는지’에 있다. 송금에서는 계좌번호를 없앴다. 결제 시스템에서는 일일이 인증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특히 전통 금융사가 쌓아 올린 은행 간 장벽을 없애 어떤 카드든 페이앱에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없앰’의 결과는 실로 엄청났다. 지난해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25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1.3% 증가했다. 카카오페이는 68조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전체적인 간편결제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는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11조7810억원에서 2017년 39조9906억원으로 증가했다. 2018년 80조1453억원으로 두 배가 넘게 성장한 뒤 2019년에는 120조원으로 급증했다.
위기감을 느낀 금융사들은 부랴부랴 자사 ‘페이앱’을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KB금융은 KB페이를 출시했다. 신한금융은 이달 기존 ‘신한페이판’을 확장한 ‘신한페이’를 만들었다. 금융사가 가진 강점인 보험·증권사와 연계해 시장 점령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과연 금융사들은 현재 페이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까. 글쎄, 사실 2030세대 소비자들은 기존 금융권의 페이앱에 대해 특별히 더 좋은 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 빅테크 기업 페이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데다 주거래 은행이 아니라면 타행 페이앱을 굳이 다운받아서 쓸 이유가 없다. 게다가 기존 카드사가 네이버·카카오와 할인 제휴를 맺어 준 덕분에 빅테크 페이 시스템을 쓰면서 혜택도 충분히 받고 있다.
기술적인 부문이 다르지 않아 당장 가시적인 간편결제 시장 점령이 어렵다면 젊은 세대를 확 끌어 들일 만한 힙(hip)함이 필요하다. 전통 금융권이 가진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2030세대 트랜드를 정확히 짚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젊은 세대에서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을 읽고 정조준 마케팅을 시현했던 ‘진로이즈백’ 사례처럼 말이다.
하지만 당장 타행 계좌 연동도 안되는 금융권 페이앱 상황을 보면 이런 혁신적인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사 간 장벽이든, 보수적인 이미지든, 그게 무엇이든 ‘버려야 얻을 수 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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