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또 보류’ 잠실주공5단지 인근 가보니, 잠실역 낀 요지에 위치·주변에는 대형아파트로 ‘격차감’레이크팰리스·엘스 등 1~4단지 재건축되는 모습만 지켜봐 1996년부터 재건축 추진했지만, 조합원 갈등 등 사업 지연 매물 많아도 거래량은 그닥, 신고가 소식에 가슴 ‘철렁’
‘오세훈표 재건축 1호’로 예상됐던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에 서울시가 제동을 걸자 주민들은 또다시 패닉에 빠졌다. 오 시장이 후보시절부터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잠실 주공5단지에 몇 번이나 방문했지만 오 시장 스스로 재건축 사업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다만 조합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함구하는 모습이었다. 7일 본지가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조합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호가 뛰었다하는 소식을 접하면 조합원들 모두 신경이 예민해져요. 집 값이 또 올랐다고 하면 재건축이 그만큼 힘들어지니깐요. 이 곳 주민들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아니라 오로지 재건축을 원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치 은마아파트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강남 3대 대단지 재건축 후보단지로 꼽히는 곳이다. 1977년 입주를 시작한 잠실주공 5단지는 2010년 이전에 모두 재건축을 완료한 나머지 잠실주공아파트 단지와 달리 여전히 재건축이 요원한 단지이자, 재건축 시 전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잠룡으로 평가받는 단지다.
뉴스웨이 본지가 잠실주공5단지 인근을 방문해보니 외부인의 시선으로 봐도 재건축이 당장에 시급해 보였다. 주변에는 화려한 대형 브랜드 아파트단지들이 우후죽순 들어선 것과 대조적으로 잠실주공5단지만이 나홀로 ‘70년대 아파트’의 모습이었다. 1970년대 후반 지어질 당시의 모습을 유지해 격차감이 너무나도 드러났다. 근처에서 보이는 롯데월드 타워의 시선 또한 차갑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잠실주공1단지가 현재의 ‘잠실엘스’(2008년 9월 준공)로, 잠실주공2가 ‘잠실리센츠’(2008년 7월 준공), 잠실주공3이 ‘트리지움’(2007년 8월에 준공), 마지막으로 잠실주공4가 ‘잠실 레이크팰리스’(2006년 12월 준공)로 재건축되는 동안 잠실주공5는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오늘날의 모습은 마치 ‘상전벽해’라고도 할 수 있다. 과거 잠실주공아파트가 완전체였을 때는 1~4단지는 모두 5층의 저층아파트였고, 5단지만 15층의 고층아파트였다. 1970년대 후반에는 10층이 넘는 아파트 단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던 시절이었는데 잠실주공5만이 유일하게 15층이라는 고층으로 설계됐었고, 엘리베이터까지도 완비했던 것이다. 그래서 명칭도 처음에는 5단지라기 보다는 잠실고층아파트나 잠실 고밀도아파트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역전됐다.
잠실주공5도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 중이었다. 바로 옆 잠실역을 낀 만큼 가장 중요한 요지에 위치해 있어 재건축만 된다면 기대감이 높은 단지로 늘상 주목의 대상이 되어 왔었다. 또 단지 북쪽 길 건너는 한강변을 마주 보고 있고, 롯데월드가 위치해 있었다. 또한 단지 대각편에는 롯데월드타워가 위치해 있어 잠실 상업지구의 핵심을 배후에 두고 있다. 단지 내부에 들어가면 신천초등학교가 있어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나 다름없었다. 한 마디로 입지조건은 최상이었다.
우수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재 잠실주공 5단지는 확연하게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었다. 건물 외벽 자체도 곳곳이 낡아있었고, 녹슨 곳이 많이 보였다. 나무는 우거져 있었지만 녹지 공간의 상당수들이 차들로 빽빽이 채워져 있었다. 물론 지하주차장은 없었다.
잠실주공5만 왜이리 재건축 사업이 현재까지도 지연됐던 것일까. 1996년부터 추진했어도 당시에 이미 거주여건이 악화된 1~4단지와 달리 5단지는 아직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이 크지 않아 입주민들 간 재건축에 대한 의견이 나뉘면서 재건축 동력이 힘을 잃었다. 이후에는 2014년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전 조합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는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들어 새 조합장이 선출됐고 2017년 9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실상 재건축 안이 확정된 상태다.
더욱이 잠실주공 5단지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층고 제한(35층)을 넘는 50층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 단지이기도 하다. 이에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얼마 못갔다. 재건축 사업 추진 주체가 둘로 갈라져 또다시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층고 완화를 시켜주는 대신에 국제공모전에서 당선된 설계안을 그대로 따를 것을 요구했다. 이에 50층 층고 완화 특혜를 받았으니 최대한 빠르게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조합원들과 “그런 설계로 아파트 단지 지어봐야, 그저그런 아파트가 돼 사업성이 별로 없다.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짓는게 낫다”고 생각한 조합원들 간의 내부 갈등이 커졌다. 이후 재건축사업 여부가 흐지부지되면서 여전히 첫 삽조차 못 뜨고 있다.
“일주일 만에 재건축 규제를 풀게 해주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최근의 서울 부동산 폭등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데다 재건축 심사마저 보류돼 조합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잠실주공 5단지의 한 조합원은 “오 시장이 취임하면 재건축에 속도를 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전과 다른 것이 뭔지 답답한 심정”이라며 “주민들은 빨리 재건축에 속도를 내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잠실주공5단지 상가 내에 있는 공인중개소에게 물어보니 매물은 많지만 거래량은 그만큼 없다고 전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이 장기간 동안 지연되니 차라리 다른 곳으로 이사가려고 매물을 내놓는 주민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만큼 매물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실거래가가 24억원대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이들은 “재건축을 원하지 집 값 상승을 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 호가가 또 상승할까봐 우려스럽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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