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표 공급주택 후보지인 ‘신길15구역’등 가보니오래된 빌라·주택만 우후죽순, 아파트촌 변신과 대조추가분담금 때문에 뉴타운 반대해 朴시장 때 지정 해제 지금은 후회, 아파트값 많이 올랐는데 이 동네는 ‘정체’관건은 주민설명회, 보상금 등 논의 잘된다면 찬성표도
정부가 2·4 공급대책 후속 조치로 발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중 하나인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2·4·15구역). 5일 뉴스웨이 본지가 신길 4구역과 15구역 인근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한 가운데에 도로를 두고 왼편으로는 아파트 단지들로 변신해 세련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전경과 달리 이와 반대로 오른편에는 오래된 빌라와 노후주택들 그리고 옛날 시장터들이 즐비해 있었다. 대충만 봐도 개발지역과 비개발지역으로 인한 격차감이 확연히 드러났다.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신길15구역 등은 ‘신길뉴타운’으로 불리며 옆 동네처럼 아파트촌으로의 변신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지금은 기대했던 아파트 대신 골목마다 신축 빌라들만 들어선 상태다. 반면 신길3구역부터 5, 7, 8, 9, 11, 12, 14구역 등은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아파트 단지들이 화려하게 들어서 있었다. 차례대로 ‘더샵 파크 프레스티지’, ‘SK뷰’, ‘래미안 에스티움’, ‘신길파크자이’, ‘힐스테이트 클래시안’, ‘래미안 프레비뉴’, ‘신길센트럴자이’, ‘신길센트럴아이파크’ 등.
이 중에서도 신길10구역은 현재 건축심의에 통과됐고, 13구역은 최근 조합 설립이 완료돼 재개발 꿈에 한 발짝 앞선 상태다. 이번에 후보지로 간택된 2구역도 이미 민간 재개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반면, 15구역을 포함한 5개 구역은 아직 재개발에 대한 밑그림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길15구역을 포함한 일부 구역들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아파트단지가 설립됐어야 했다. 그러나 이곳에 사는 일부 주민들이 추가 분담금을 내야한다는 이유로 반대 시위에 나서면서 그 계획은 무산됐다.
당시 15구역 조합원이었던 B씨는 “토요일 오전 10시만 되면 뉴타운지정 해제하라고 반대하는 사람들 시위 때문에 잠을 깨곤 했죠. 무슨일인가 해서 물어봤더니 추가분담금 때문에 개발을 반대한다고 하더군요. 또 반대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월세를 받으며 생활하는 노인층인데, 재개발하면 당장 임대료 받을 건물이 없어지다보니 이런 점들을 우려해서 반대를 해왔던 것 같아요”라고 전달했다.
결국 재개발 반대하는 주민들이 원하는대로 이뤄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세운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신길15구역이 2015년 5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것이다. 전체 (토지)소유자 51% 이상이 반대하면 정비구역 해제가 가능했다.
15구역 일부 주민들이 원하는대로 뉴타운지정이 해제됐지만 이들의 기쁨은 곧 후회로 변해갔다. 단기간 내에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신길15구역 내의 주택과 빌라들은 점점 노후화됐고, 시세는 아파트값을 따라가지 못했다.
조합원 B씨는 “아파트단지들이 점점 들어서면서 반대했던 이 곳 주민들조차 이미 후회 중인 것으로 안다”라며 “즉 부동산 값이 오르면서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길동에 사는 또다른 주민 C씨는 “11구역에 들어선 삼성래미안아파트가 5년 전에는 미분양이 된 적도 있었다. 당시 분양가도 35평 기준으로 5억5천만원이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최소 10억원에서 평균 13억원 정도한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때의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의 가장 큰 논리는 ‘주민 갈등을 해소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이 중지되거나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정부의 공공개발 후보지로 지정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신길동 인근 K공인중개사에 물어보니 “뉴타운지정이 해제된 지역의 주민들은 현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다시 재개발을 추진한다고 해도 10년은 생각해야 하는데, 이번에 정부가 추진한 공공개발은 그보다 절반인 5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토지보상금 문제 등만 잘 해결되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라고 전했다.
이 곳 주민들은 다음 달에 있을 주민설명회를 듣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다음 달부터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7월 내로 주민동의율 10% 이상 얻은 곳 가운데서 예정지구를 지정할 방침이다.
신길15구역 재개발 재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일단 우리는 민간 혹은 정부의 공공개발이라는 두장의 카드를 쥐고 있고, 급한 쪽은 정부”라며 “LH 파문 이후 정책의 신뢰를 잃었고 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및 내년 대선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인만큼 정부 역시 이번에 발표한 공공 개발 정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듯”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 여당에서도 그간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실기를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용적률상향, 상한제 적용을 융통성있게 적용하겠다는 대변인의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라며 “흑석동도 처음엔 (공공개발) 반대를 했으나 현재는 협상을 통해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안다. 우리도(신길15구역) 좀 더 상황파악을 한 뒤 공공재개발 조건 등을 확인하고 나서 신중히 결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개발이 안 되는 것보다 어떤 식으로든 개발이 된다는 건 호재”라며 “재개발의 신속성 위해 공공도 좋은 대안이 될 듯”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급기야 “5년 내 입주 보장이라면 수익성 떠나 공공에 찬성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기까지 했다. 다른 한 곳에서는 “토지보상금 외에도 정부가 시세를 얼마나 반영해줄지도 관건”이라며 “그러나 공공재개발 사례가 없는데다 정부가 처음으로 준비하는 사업인 만큼 이 사업이 지속될 지는 의문점이 많다”라고 여전히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뉴타운과 공공재개발이 모두 좌절된 신길16구역 주민들의 상황은 더욱 암담했다. 신길16구역은 아예 국토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소식에 직접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이번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나 죽으면 개발될거냐”라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재개발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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