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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가 文에 방문하라는 여의도 시범···호가 다시 치솟아

[르포]吳가 文에 방문하라는 여의도 시범···호가 다시 치솟아

등록 2021.04.23 11:18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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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하자는 吳, 집값 상승 부추긴다는 文1971년 완공, 올 50년째, 재건축 가능 연한 넘겨구조적 ‘구식’, 녹슨 배관·놋물 등 노후 인프라 심각2017년부터 재건축 추진, 朴 보류로 진척이 없던 상황吳 ‘여의도 통개발’ 접어···시범 35층 재건축 승인할 듯재건축 가시화되자 매수 문의 쏟아져, 일부 신고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와대 오찬에서 안전진단 기준 등 재건축 규제 완화에 관해 중점적으로 건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여의도 시범 아파트를 특정해 대통령에 방문해달라고 요청하며 안전상태가 불량한 노후 아파트 재건축 속도전에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 = 김소윤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청와대 오찬에서 안전진단 기준 등 재건축 규제 완화에 관해 중점적으로 건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여의도 시범 아파트를 특정해 대통령에 방문해달라고 요청하며 안전상태가 불량한 노후 아파트 재건축 속도전에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 = 김소윤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재건축 규제완화’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다시금 주목 받게 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오 시장은 규제완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통령에게 “직접 한 번 가보라”며 이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특정해서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 대통령은 집값 상승 우려를 표시하며 재건축 규제완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 시장 말대로 얼마나 노후화가 됐는지, 현재 재건축이 필요한지 등 알아보기 위해 22일 뉴스웨이 본지는 직접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찾아가봤다.

지난 1971년에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대한민국 최초의 단지형 고층 아파트다. 올해로 지은 지 50년이 됐는데,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겼다. 1584가구로 구성돼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덩치가 가장 크다. 또 당시(1970년대) 부실시공 문제가 이슈였던 만큼, 이 아파트는 매우 튼튼히 지어졌다고 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고는 하지만 외관은 한 눈에 봐도 ‘오래된 느낌’이었다. 몇몇 구조는 지금 기준으로 매우 ‘구식’이라는 느낌을 준다. 건물 곳곳에는 균열이 심하고 외벽도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한 마디로 현장에 가보니 50년 된 아파트로 보이는데다 재건축 또한 시급해 보였다.

외관보다 심각한 점은 노후화된 인프라였다. 이 아파트 지하에는 낡은 변전실이 있고 바로 옆에 노후화된 보일러실과 온수탱크가 있는데, 보일러에서 물이 새면 바로 변전실로 흘러가게 돼 화재·폭발·감전 등 대형 안전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한다. 오래된 시설들 부품은 이미 단종돼 교체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상수도관도 낡을 대로 낡아 이미 아파트 주민들은 녹물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의 한 주민은 “배관시설이 노후화된 만큼 정수기는 필수”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수돗물 녹물은 이미 일상이고, 주거 안전이 매우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배관이 너무 녹슬어 가구 내 개별로 설치한 정수기에는 이미 누런 찌꺼기들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재건축 추진 가능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었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추진 가능 연한을 40년으로 늘린다고 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이다. 단지 여의도에 위치한다는 것만으로 재건축 추진이 번번이 무산돼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사진 = 김소윤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재건축 추진 가능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었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추진 가능 연한을 40년으로 늘린다고 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이다. 단지 여의도에 위치한다는 것만으로 재건축 추진이 번번이 무산돼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사진 = 김소윤

아파트 노후화로 인한 주민의 불편은 심각한 수준이다. 시범아파트 정비사업 관계자는 “2017년 5월 안전진단 D등급(즉시 재건축) 판정을 받은 뒤 빠른 재건축만이 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최선의 방법이라고 서울시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주민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2년 동안 외면당했다”고 밝혔다. 입주민들은 “재건축 사업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보다 주거 환경을 하루빨리 개선하고 싶은 욕구가 더 크다”고까지 했다.

이미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들은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재건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4년 전인 2017년부터 주민 96%의 동의를 얻어서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또 안전진단도 D등급을 받아 통과하는데 성공했고, 지구단위계획 역시 이미 수립된 상태다.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를 미루면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돼 왔다. 고시만 하면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는데 이는 서울시장의 권한이다.

그러나 1년 후인 2018년 서울시가 여의도·용산 ‘통개발’을 목표로 일대 마스터플랜 마련에 나섰는데 이때부터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은 난항에 빠지게 된다. 당시 박원순 전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마스터플랜)’ 발언으로 잠잠하던 서울집 값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는데, 이를 본 박 전 시장이 “주택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며 일단 한발 물러섰다.

이로 인해 시범아파트를 비롯한 여의도 내 재건축 예정 아파트들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여의도 개발에 맞춰 아파트 재개발을 허가하겠다고 한 서울시가 계획 취소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전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의 입장 표명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그사이 아파트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더 낡아가고 있었다. 이 중에서 재건축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단지는 시범아파트였고,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시범아파트를 포함한 여의도 아파트 주민들은 그 때 서울시가 마스터플랜 보류 결정을 내린 이후, 기존에 추진 중인 개별 단지 재건축 사업도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시범아파트는 1584가구인 노후 단지를 230% 용적률을 적용해 지하 2층~지상 35층 1996가구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만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의도 일대 등을 특정하며 재건축에 대한 공급 시그널을 보냈어도 일부 여의도 주민들은 ‘2018년 데자뷔’가 오는 것 아니냐며 여전히 불안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2일 서울시는 강남구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오는 27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오 시장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여의도 통개발’ 카드를 접고, 개별 단지 맞춤형 방식으로 재건축 공급 속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내에는 자유어린이공원과 평화어린이공원이라는 놀이터가 있다. 또한 조성한지 50여년이 되는 관계로 단지내의 나무들이 매우 크다. 조성 당시에도 어느 정도 크기의 묘목을 식재했으므로 지금으로서는 수령 60년을 넘는 셈. 어느 정도냐면 큰 나무들은 7층 높이까지 올라온다. 일단 녹지공간은 충분하고 잘 되어 있었다. 사진 = 김소윤 기자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내에는 자유어린이공원과 평화어린이공원이라는 놀이터가 있다. 또한 조성한지 50여년이 되는 관계로 단지내의 나무들이 매우 크다. 조성 당시에도 어느 정도 크기의 묘목을 식재했으므로 지금으로서는 수령 60년을 넘는 셈. 어느 정도냐면 큰 나무들은 7층 높이까지 올라온다. 일단 녹지공간은 충분하고 잘 되어 있었다. 사진 = 김소윤 기자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이번 여의도 일대 토지거래허가제 지정이 향후 원활한 재건축 승인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규제 의도보다는 재건축 승인 과정에서 나타날 가격급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조치로 보고 있다.

한편, 재건축 기대감이 가시화되면서 여의도 아파트값은 다시 오름폭이 커졌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매물을 진행하는 중개업소는 “전용 118㎡은 현재 매매 호가가 28억원으로 치솟았다. 이전 신고가만 해도 26억원이었는데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가격이 급등하게 됐다”라며 “현재 급매로 나온 매물은 25억50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들어 매수 문의가 급격하게 쇄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시범아파트는 조합설립이 2017년 됐는데 3년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여의도 유일한 아파트다. 또 27일 이전에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 적용 없이 조합원 입주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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