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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층→35층→50층···고민에 빠진 여의도 시범 주민들

[르포]50층→35층→50층···고민에 빠진 여의도 시범 주민들

등록 2021.04.27 09:00

수정 2021.04.27 09:38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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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보단 속도가 중요”vs“한강뷰 포기 못해”‘35층 룰’ 풀되 기부채납 늘리려는 서울시“50층 여부는 기부채납 비율이 관건일 듯”63빌딩과 가까운 일부는 50층 이상하자는데 아직 지구단위계획 단계, 주민 의견 수렴도 돼야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재건축 추진 가능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었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추진 가능 연한을 40년으로 늘린다고 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이다. 단지 여의도에 위치한다는 것만으로 재건축 추진이 번번이 무산돼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사진 = 김소윤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재건축 추진 가능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었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추진 가능 연한을 40년으로 늘린다고 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이다. 단지 여의도에 위치한다는 것만으로 재건축 추진이 번번이 무산돼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사진 = 김소윤

“문 대통령님 한번 가보세요”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언급해 화제를 모았던 여의도 시범아파트. 서울 재건축 시장의 잠룡으로 꼽히는 여의도 시범을 오 시장이 직접 특정하면서 말한 만큼, 이 곳 아파트의 재건축 밑그림도 조만간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현장 방문을 건의한 것 또한 향후 재건축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로 50년째를 맞이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이미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기준들을 모두 통과하는 등 노후도가 심각한 상황이며 곳곳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 오래된 아파트에게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다름 아닌 바로 ‘층수’다. 지난 22일 오 시장이 ‘여의도 통개발(마스터플랜)’ 카드를 접었다는 소식이 신호탄이 됐다. 이는 여의도 주거지역 전체를 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해서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을 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집 값을 안정화 시키려 하는 현재의 서울시 입장에서는 새 아파트 공급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서울도시기본계획은 여전히 박원순 전 시장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바로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규제인 ‘35층 룰’이다. 서울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아파트는 35층을 초과해 짓지 못하게 하는 이 규제는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발목을 잡아 왔다.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송파 잠실주공5단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 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층수를 완화시키겠다고 핵심 공약으로 내건 만큼, 현재 서울시는 서울도시기본계획인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을 변경 중에 있다. 문제는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하려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가까스로 문턱을 넘는다고 해도 도시기본계획은 연말께나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 시장이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에 있어서 난항을 빠트리게 한 주범인 ‘여의도 통개발(마스터플랜)’을 접게 해줬다는 것이다. 시범아파트를 포함한 여의도 아파트 주민들은 그 때 서울시가 마스터플랜 보류 결정을 내린 이후, 기존에 추진 중인 개별 단지 재건축 사업도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여의도 통개발 때문에 이 곳은 2017년부터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서울시의 입장 표명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재건축에 속도 내려면 35층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주민들도 35층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들 주민들은 “주거용 아파트는 35층이면 충분할 듯”, “재건축은 무엇보다 속도전, 빨리 새 아파트에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특히 35층을 원하는 이유는 엘레베이터 등 관리비 지출 문제로 꼽았다. 여의도 시범의 한 주민은 “층수가 높아지면 엘레베이터 1개로는 힘들다. 50층이면 엘레베이터 최소 2~3개 이상 놓아야한다고 본다. 다만 그만큼 전용이 줄고 관리비 지출 늘고 대신 삶의 복잡도가 올라갈 듯”이라고 전했다. 급기야 “여의도 시범은 대치 은마 등처럼 당초 층수에 관심 없었던 아파트였다. 재건축 추진이 잘되고 있던 찰나에 서울시가 중간에 관여해서 사업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 것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35층 룰’ 완화 등 서울시 도시기본계획 조례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50층 이상으로 짓자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또다른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주민은 “어차피 재건축은 장기전이다. 한강뷰 인근 지역(마용성)과 강남 압구정 등 왠만한 부촌 아파트 단지들은 모두 50층 이상 하길 원하는데 왜 굳이 35층으로 하려는지 모르겠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오 시장의 핵심 공약인 ‘35층 룰’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 또한 높다는 시각 또한 만만찮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시 도시계획국은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규제(35층 룰)를 완화해주는 대신 공공기여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층 건립이 가능해지면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성 또한 크게 개선된다.

문제는 기부채납 비율이 관건으로 작용할 듯 보인다. 12년 전 압구정·여의도·성수·이촌·합정 등 주민들은 서울시가 요구한 기부채납 비율(25% 이상)이 너무 높다고 반발했다. 당시 한강변 재건축 단지의 평균 기부채납 비율인 15%보다 지나치게 높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대신 기부채납 40%(토지 30%, 현금 10%)를 요구해 주민 반발이 더욱 심했다.

여의도 시범 주민들에게 기부채납에 대한 트라우마(?)는 이날까지도 여전했다. 여의도 인근 주민은 “시범주민들은 40% 기부채납으로 종상향되서 초고층으로 가느니 차라리 그대로(35층) 가는걸 선호한다”라고 전했다. 더욱이 한 주민은 “임대아파트조차 1동도 원치 않는다. 차라리 1대 1방식으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또다른 주민은 “만일 층수 완화가 기부채납 방식과 병행한다면 최대 20%까지는 괜찮을 듯”이라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서울시 내부에서 시범아파트 단지 중 63빌딩과 가까운 동의 경우 경관을 위해 일부 예외를 풀어 50층 이상 건물을 올릴 수 있게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또는 이미 지구단위계획을 짜면서 개별단지 정비계획안에 해당하는 ‘특별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논의 중”이라며 “현재 시범을 포함한 여의도 전체 아파트 단지의 행정절차를 보면 재건축 추진의 가이드 성격인 지구단위계획인데 현재 수립 중에 있다. 연내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구단위계획이 나왔다고 해도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확정된다.

지구단위계획은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정비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전 마련하는 상위계획이다. 앞서 서울시는 2017년 여의도 아파트지구 일대를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통합 개발하기로 하고 용역을 발주했지만 추진을 보류해왔다. 시장에서는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의 첫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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