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증시 충격 하반기 본격화···美 테이퍼링이 관건기관·외국인들만 이익 가져가는...“순기능 작동 안 해”폭락주가가 적정가격?...개미 보호해야 ‘선진시장’ 편입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대변되는 공매도가 제도개선을 거쳐 재개됐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매도에 따른 증시 조정이 불가피한 데다 무차입 공매도 사전적발, 의무상환기한 통일 등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다. 반쪽짜리 공매도 제도개선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복지부동’인 상태다.
1년 2개월간 금지됐던 공매도가 재개된 후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온 국내 증시에 공매도가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고 공매도 과열 종목이 줄어드는 긍정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고치(3249.30)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테이퍼링에 나설 경우 외국인들의 공매도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차잔고가 높은 코스닥의 제약·바이오 업종들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해결 못 하면 공매도 명분 없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11일 상명대 서울캠퍼스에서 뉴스웨이와 만나 “공매도 재개에 따른 증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 교수는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 한국신용카드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금융전문가다.
서 교수는 “주식시장에서 지나치게 베이시스(현물 가격과 선물 가격의 차이)가 확대되면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게 된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외국인들이 매수에 집중하고 있지만, 언제든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서 교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수 없다면 공매도를 폐지하는 게 낫다는 주장을 펼쳤다.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현행 공매도 제도는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의원도 최근 공매도 폐지를 언급한 바 있다.
서 교수는 “국내 공매도의 기관·외국인 비중은 99%에 달하고, 이익을 보기 힘든 개인투자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며 “형평성을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들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면 굳이 폐지할 이유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매도 제도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개인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를 제대로 손보지 않았다며 금융당국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근 이슈로 부각된 공매도 의무상환기간이 대표적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의무상환기간이 없지만 개인은 60일로 정해져 있다. 개인의 담보비율(140%)은 기관·외국인(105%)보다 더 높고 수수료율도 차이가 난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적발 못한다는 금융당국...선진국 핑계 ‘그만’
이에 대해 서 교수는 “60일 이내에 꼭 상환해야 하는 것과 아무 때나 갚아도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주가가 예상과 달리 오를 경우 개인투자자들은 무한대의 손실을 볼 수 있고. 자본여력 열세라 손실을 버텨낼 힘도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선진국 대비 약하고 실시간으로 불법행위를 적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국가는 없다며 반박할 게 아니라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구현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선진국도 안 하니 우리도 못 해”라는 식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제도가 워낙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보니 일각에선 음모론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공매도 세력이 이해관계에 얽혀 유착된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서 교수는 이 같은 추측에 선을 그으면서도 공매도의 순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제도보완을 주문했다.
◇外人 눈치에 공매도 규제 소극적...“개미 보호해야 증시 펀더멘털 높아진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금융당국과 공매도 세력이 유착됐다고 보진 않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자유로운 시장을 선진시장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우리증시는 아직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가 분류하는 선진시장에 편입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가 떠나면 MSCI가 부정적인 평가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우리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금융당국의 공매도 규제도 소극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만들어 놓으면 우리 증시의 펀더멘털이 높아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외국인들도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만 발생하는 시장은 외국인들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매도의 순기능이 왜 작동하지 않는지 고민하고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게 서 교수의 생각이다.
또 서 교수는 “공매도는 주가과열 방지 외에도 허위공시나 분식회계를 막는 자본시장의 파수꾼 역할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공매도가 가격발견 기능을 한다고 하는데, 폭락한 주가를 적정가격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허용종목 축소·결제일 단축 제안...개인 참여는 신중해야
서 교수는 제약·바이오, IT 등 공매도가 몰리는 종목에 대해 제도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과열종목 결제일을 T+1로 단축 ▲대차잔고 급증 종목 일시적 공매도 금지 ▲코스닥 공매도 허용업종·종목 축소 등 구체적인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을 합치면 전체의 90% 가량에 공매도가 허용된다”며 “공매도 허용종목을 지금보다 줄이고 외국인과 기관이 개인투자자와 같은 조건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헷지가 목적이라면 선물옵션이나 인버스 ETF 등도 있는 만큼, 굳이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로 리스크를 확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끝으로 서 교수는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순기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제도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 증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적발 등 개인투자자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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