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경쟁 대응···세계 최대 반도체 기지세액공제율 대폭 상향···3만6000명 전문인력 양성
반도체는 그간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9년째 수출 1위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우리 반도체 산업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특단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은 올해 1월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을 발효했다. 3월에는 반도체 제조시설에 약 500억달러(56조5천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제조2025’를 통해 반도체 기업의 공정 난이도에 따라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반도체 내재화 노력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가 전략무기로 부각되면서 반도체 경쟁이 기업 중심에서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에 각국 정부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 확대 요청에 부응해 주요 기업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만 TSMC는 3년간 1천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고,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 진출을 위해 20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한국은 최근 20여년간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입지는 구축했지만,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이 뒤처진다. 특히 팹리스 점유율은 2% 미만이며, 파운드리 점유율도 대만과 큰 격차를 보인다. 올해 1분기 파운드리의 세계 점유율은 TSMC가 55%, 2위인 삼성전자는 17%였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은 현재 ‘제2의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향후 5년간 메모리는 9.7%, 시스템은 3.4% 성장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우리 생활과 산업의 모든 영역에 들어가게 되면서 필수라는 개념을 넘어설 정도로 중요해졌다”며 “이번에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경험하면서 온 나라 정부가 생산기지 확대에 주력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조성될 K-반도체 벨트는 ▲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 첨단장비 연합기지 ▲ 첨단 패키징 플랫폼 ▲ 팹리스(설계) 밸리를 각각 구축해 기존의 제조 시설과 ‘K자형’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소부장 특화단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조성된다. SK하이닉스[000660]의 대규모 반도체 팹(Fab·생산시설) 인근에 국내외 소부장 기업 50여개를 동반 입주시켜 소부장 공급 안정성을 높인다.
특화단지 내에는 양산 팹과 연계한 반도체 테스트베드를 2025년까지 구축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연내 착공을 위해 정부·지자체의 인·허가와 기반시설 확보 등도 지원한다.
화성·용인·천안에는 단기간에 기술을 따라잡기 어려운 EUV(극자외선) 노광, 첨단 식각 및 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 유치를 확대해 첨단장비 연합기지를 구축한다.
첨단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은 2025년까지 2천400억원을 투자해 화성에 노광기 관련 교육훈련센터(트레이닝센터)와 재제조(Re-manufacturing)센터를 갖춘 ‘EUV 캠퍼스’를 조성한다. 이 과정에서 3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용인·화성에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리서치가 투자해 원자레벨 식각기술 R&D 센터와 생산 능력 2배 확충을 위한 제조시설을 구축한다.
충북·충남에는 실리콘웨이퍼·포토 레지스트·쿼츠·특수가스 등 첨단 소재산업 관련 외투기업의 투자가 진행된다.
패키징 분야는 120여개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위치한 중부권의 파운드리 생산기반과 패키징 공정기반을 활용해 '첨단 패키징 특화 혁신기지'를 조성한다.
판교 부근에는 ‘한국형 팹리스 밸리’가 조성된다. 제2판교 내에 구축한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 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인공지능(AI)반도체 혁신설계센터'와 '차세대 반도체 복합단지'를 추가로 구축한다.
제조 기반은 평택·화성(삼성전자), 이천·청주(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기지를 최첨단 기술이 최초 적용·양산되는 기술 선도형 팹으로 키운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4개의 팹을 구축해 반도체 국내 생산능력을 늘린다.
파운드리는 평택·화성에서 EUV 기반 7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연내 5나노 양산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대비 2배 수준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반도체 벨트의 규모는 총 420만평, 입주기업 수는 208개에 이른다. 매출 기대효과는 122조원이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강국인 대만의 신주(新竹) 과학단지의 경우 면적은 약 400만평, 입주기업 수는 170여개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반 투자와 신성장·원천기술 투자로 나뉘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기업 대상 세액공제에 ‘핵심전략기술’분야를 최상위 단계로 신설하기로 했다.
여기에 EUV 등 반도체 기술을 포함시켜 공제율을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전략기술의 R&D 투자 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 30∼40%, 중소기업 40∼50%로 기존 대비 10%포인트(신성장·원천기술 기준) 높아진다.
시설투자 공제율은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로 기존보다 3∼4%포인트(신성장·원천기술 기준) 상향된다. 여기에 전년 대비 증가분에 추가로 제공하는 공제 혜택(4%)까지 더하면 시설투자 최대 공제율은 10∼20%로 더 높아진다.
아울러 정부는 2023년까지 총 1조원+α 규모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신설해 반도체 설비투자를 지원한다. 반도체 기업의 대출에 대해 5년 거치·15년 분할상환 조건에 1%포인트(p)의 금리를 감면해준다.
반도체 설비를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화학물질·고압가스·온실가스·전파응용설비 등 반도체 제조시설 관련 규제도 재정비한다.
반도체 기반시설 지원책도 마련했다. 평택·용인 등지에 있는 반도체 팹의 안정적 가동을 위한 10년치 용수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핵심전략기술 관련 반도체 제조시설의 전력 인프라 구축 시 정부와 한전이 분담해 최대 50%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10년간 반도체 산업인력 3만600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대학의 반도체 전공 정원을 1500명 늘리고 학사인력 1만4400명, 석·박사급 전문인력 7000명, 실무인력 1만3400명을 각각 배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차세대 전력 반도체·인공지능(AI) 반도체·첨단센서 등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1조5000억원 이상의 신규 R&D를 추진한다.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및 관계부처와의 협의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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