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경영복귀 약 6개월 만에 계열사 이동한화에너지 빠른성장 승계 뒷받침 불구 ‘잘하는일’ 선택‘적자’ 한화호텔앤드리조트서 프리미엄 레저그룹장 맡아승마선수 출신, 종마 등 관련사업 높은 관심 예고된 수순이미 숙박 등 프리미엄 사업 진출, 경영기반 닦을 수 있어
26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상무보는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프리미엄사업부 프리미엄 레저 그룹장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말 한화에너지 글로벌 전략 담당 임원으로 경영복귀한지 약 6개월여 만이다.
김 상무보는 한화에너지 입사 2개월 만에 휴직계를 내고, 3월 미국에서 열린 승마대회에 참가해 우승했다. 이후 김 상무보는 자신있는 분야에서 경영수업을 받겠다며 계열사 이동을 요구했다.
김 상무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승마사업을 총괄하고 프리미엄 레저분야 신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재계 안팎에서는 김 상무보의 행보가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됐다고 분석한다.
김 상무보는 2015년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으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 뒤 일련의 사건으로 그룹을 떠났고, 독일에서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김 상무보는 종마(번식을 목적으로 말을 사육)사업과 요식업, 이벤트사업 등을 펼쳤다. 이 때문에 레저와 서비스 관련 계열사를 물려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해 초엔 독일의 종마사업을 정리한 뒤 한국으로 귀국했고, 그해 4월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 입사하기도 했다. 10월엔 김 회장과 함께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 상무보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비춘 것은 약 3년 만으로, 경영복귀를 암시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김 상무보가 평소 말 관련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유력 복귀처로 꼽았다.
하지만 김 상무보는 한화에너지로 발령받았다. 김 상무보가 에너지 관련 사업 경험도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개인 의사보다는, 승계 등을 염두에 둔 김 회장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 상무보 3형제가 지분 전량을 가진 에이치솔루션의 100% 자회사다. 최근 태양광 다운스트림 사업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글로벌 사업을 맡은 김 상무보의 경영 능력을 돋보이게 할 최적의 계열사였다.
재계에서는 김 상무보가 호실적을 기반으로 승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화에너지를 포기한 점에 주목한다. 더욱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적자를 피하지 못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힘든 길을 자처했다는 우려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체육시설 운영과 관광숙박업, 급식사업을 영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한 2019년부터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당기순손실은 2014년부터 7년 연속 적자다. 지난 1분기에는 연결기준 영업적자 268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전년 동기 331억원 적자보다는 손실폭이 줄었다.
김 상무보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경영수업을 밟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말’이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경기 고양에서 승마장 ‘로얄새들’과 제주에서 말목장 ‘애월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2010년 진출한 종마사업은 김 상무보의 제안으로 성사됐고, 최근까지도 관련 사업에 애착을 보여왔다. 김 상무보가 지난해 말 로얄새틀에서 열린 승용마 경매를 직접 지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룹 측 역시 “승마대회 후 김 상무보가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보가 프리미엄 사업부를 이끄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19년 말부터 일본 프리미엄 리조트 건설을 위해 4곳의 현지 법인을 동시다발적으로 설립한데 이어 지난해 7월 여수에 휴양형 호텔 ‘벨메르’를 오픈했다. 신규 럭셔리 브랜드 ‘마티에’를 론칭하고 프리미엄 빌라 사업에도 진출했다.
김 상무보가 말 관련 사업뿐 아니라 레저 전반의 프리미엄 사업을 이끌 수 있는 경영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승마 관련 사업으로 당장 벌 수 있는 수익은 한정적”이라며 “하지만 숙박업과 승마업간 연계 등 신사업을 구상하고 코로나19 이전으로의 관광시장 회복 등을 고려할 때 성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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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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