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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의 ‘최대 오점’ 홈플러스

[유통 흑역사]MBK파트너스의 ‘최대 오점’ 홈플러스

등록 2021.06.14 08:28

수정 2021.06.14 13:10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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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 들여 인수했지만 업황 악화에 실적 부진 지속엑시트 시점 임박에 다급해진 MBK 자산 매각 나서노사 갈등 봉합도 아직, 이제훈 신임 대표 역할 주목

MBK파트너스의 ‘최대 오점’ 홈플러스 기사의 사진

홈플러스의 주인인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이 2005년 설립한 토종 사모펀드(PEF) 운영사다.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를 이끌며 한미캐피탈·오렌지라이프·코웨이 등 굵직한 인수전에서 승리했고, 기업가치를 올려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홈플러스는 네파, 딜라이브 등과 함께 MBK파트너스의 ‘실패작’으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유통업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실적은 해마다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극심한 노사대립까지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금 회수도 요원해지는 상황이다.

◇안갯속 엑시트, 점포 팔아 투자금 회수=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2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약 8조8000억 원)하기 전까지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딜로 꼽힌다. MBK파트너스로서도 최대 규모 투자였다.

MBK파트너스 인수 전 홈플러스의 주인은 영국 테스코였다. 테스코는 1999년 삼성물산과 합작법인으로 삼성테스코를 출범하고 2008년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홈에버를 인수해 홈플러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후 삼성물산이 테스코에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면서 홈플러스의 온전한 주인은 테스코가 됐다.

홈플러스는 테스코 전체 매출에서 8%가량을 책임지는 ‘알짜법인’이었는데, 테스코 본사가 회계 부정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MBK파트너스는 글로벌 사모펀드들과의 경쟁에서 7조 원이 넘는 금액을 써내면서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인수 이후 첫해 대규모 위로금과 업황 악화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1490억 원)를 내는데 이른다.

이듬해인 2016년 홈플러스는 영업이익을 3000억 원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통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가장 최근 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 매출액은 6조96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 줄었다. 영업이익은 41.7% 급감한 933억을 기록했다. 2016년 3091억 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불과 4년 만에 1000억 원대 밑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투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지자 MBK파트너스는 자산 매각에 나섰다. 지난해 홈플러스는 ▲대전 둔산점(3802억 원) ▲경기 안산점(4300억 원) ▲대구점(1279억 원) ▲대전 탄방점(908억 원) 등 4곳 매장을 매각했다. 올해는 부산 가야점을 MDM그룹에 3500억 원에 넘겼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거점으로 활용하기에 어려운 매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직 홈플러스가 직접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곳은 70여 곳에 달해 추가적인 점포 매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노사갈등 원인, 홈플러스 매각의 역사=홈플러스의 점포 매각에 노조 측은 폐점을 중단하고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달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코웨이, 오렌지라이프, 테크팩솔루션 등의 경우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후 매각까지 걸린 기간은 5년 안팎이다. 홈플러스는 2015년 인수했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측이 나온다.

노조 측은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점포 매각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만 몰두한다고 지적한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인수자금 7조2000억 원 중 5조 원을 차입했는데, 이에 대한 과도한 이자 비용을 홈플러스에 떠넘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홈플러스의 노사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회사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는 탓에 노조와 끝나지 않는 싸움을 지속하는 중이다. 노조와의 마찰은 홈플러스의 전신인 까르푸 시절부터 시작해 홈에버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까르푸 시절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계산원(캐셔)을 파견직으로 돌렸다. 정규직 직원을 일방적으로 파견 전환하거나, 노조 관계자를 기피 업무로 배치하는 등 노사 갈등은 극에 치달았다. 계산원을 파견근무 형태로 고용한 점은 훗날 까르푸가 이랜드그룹에 넘어가면서 문제의 불씨가 됐다.

이랜드가 홈에버(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이랜드 측은 기존 직원 전원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2007년 사측이 비정규직 중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해고하거나 용역으로 돌리면서 직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시점이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불거졌다.

직원들은 홈에버와 뉴코아 점포를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 기간 3차례 협상이 있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전부 결렬됐다. 회사 측은 용역 업체 인력을 투입해 매장 출입문을 봉쇄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최종 협상이 결렬된 다음 날 매장에 공권력이 투입돼 점거 인력들을 강제 해산시키기도 했다.

◇새 수장 이제훈 대표, 구원투수로 등판=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지난 1월 홈플러스를 이끌던 임일순 대표가 사임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약 3개월 동안 새 수장을 앉히지 못하면서 경영 공백을 겪었다.

올해 4월 홈플러스는 신임 대표로 이제훈 전 카버코리아 대표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피자헛코리아에서 CFO겸 CDO(최고개발책임자), COO(최고운영책임자)까지 맡았다. 또 바이더웨이와 KFC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재무통이다.

이 대표의 선임은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 대표는 사모펀드 유니타스캐피탈에서 바이더웨이 CEO로 선임된 후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사모펀드로 영입된 적도 있다. 여기에서 이 대표는 아시아 지역 내 투자를 맡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사모펀드가 주인이었던 기업 대표로 맡아 매각까지 성공적으로 추진한 경험이 있어 M&A 시장에도 밝다. 바이더웨이, KFC코리아 대표로 있을 당시 체질 개선에 성공해 매각을 수월하게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MBK파트너스 입장으로는 이 대표를 적임자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산 유동화로 확보한 자금을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존재감이 미미해진 홈플러스를 회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노사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이 대표는 출근 첫날 집무실이 아닌 목동점 방문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다음 날 열린 취임식에서도 현장 직원들의 행복을 강조하며 소통 행보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홈플러스 노사 간 갈등은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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