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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시대적 흐름···최고 모범생은 SK”

[인터뷰|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ESG는 시대적 흐름···최고 모범생은 SK”

등록 2021.06.18 09:53

수정 2021.06.18 12:24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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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뒤처진 기업, 자금조달 못할 것···지배구조 개선이 최대숙제 단순 조직개편·기부금 조성은 ESG 아냐···사업방식 전반 바꿔야면보다 합성섬유가 친환경···ESG 관련 사회적 고민과 논의 필요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가 17일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뉴스웨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가 17일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뉴스웨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앞으로 기업들은 ESG 요소를 충족하지 못하면 자금을 조달받기 힘들어질 겁니다. ESG 공시나 전담조직 구축을 넘어 지배구조 개선 등 전반적인 체질개선이 요구됩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는 전 세계 기업들과 투자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자리잡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모든 투자·인수 결정에 ESG를 검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고, 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도 ESG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다.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이미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들은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단순히 실적전망만 좋다고 해서 투자가 쏠리는 건 옛일이 됐다는 이야기다.

◇‘MZ세대’ 소비자도 ESG 요구···임팩트 투자로 패러다임 전환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17일 뉴스웨이와 만나 “ESG는 시대적 흐름이자 거대한 무브먼트”라며 ES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경영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고, ‘MZ세대’ 중심의 소비자들도 단순히 저렴하다고 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ESG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모든 투자활동이 ESG와 연계된 ‘임팩트 투자’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임팩트 투자란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적·환경적 성과도 함께 달성하는 투자행위를 뜻한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등 기술이 지속 발전하기 때문에 아무리 ESG를 잘 한다고 해도 새로운 사회문제들이 터져 나온다”며 “투자에 대한 패러다임이 ESG 중심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넘어온 것처럼 글로벌 경제는 ESG의 등장 전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며 “ESG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스타트업 모두가 대응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가와 소비자 양쪽에서 압력이 들어오다 보니 기업들도 ESG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ESG는 기능적인 역할보다 전략적인 역할이므로 일개 부서가 대응할 게 아니라 회사의 전체 사이클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추세에 따른 단순 조직개편을 넘어 사업 전반에 ESG를 녹여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가 17일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뉴스웨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가 17일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뉴스웨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ESG, 이익의 사회환원으론 부족···지배구조 개선에 오너가 앞장서야
이 대표는 ‘ESG’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꺼냈다. CSR은 영업이익의 일부를 사회공헌으로 내놓는 개념이라면, ESG는 사업 전반에서 폭넓게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라고 볼 수 있다. 공익재단에 기부금을 내는 것만으론 ‘ESG경영’을 실현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 2019년 아마존 등 미국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나온 발표도 이와 관련이 깊다. 당시 BRT는 기업의 목적을 ‘주주 이익’에서 고객과 근로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이익’으로 수정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국내기업들의 시급한 경영과제로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국내기업들은 ‘ES’를 잘 하는 편이지만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와 오너리스크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지배구조 개선이 되지 않으면 우리기업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없다”며 “ESG는 회사 책임자인 CEO의 의지와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CEO의 진두지휘 아래 모든 임직원들이 함께 전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순면보다 합성섬유가 낫다고?...ESG 대표기업 파타고니아의 교훈
바람직한 ESG경영을 위한 고민과 논의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직 ESG에 대한 개념에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만큼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ESG로 유명한 아웃도어 의류기업인 파타고니아는 친환경적이라고 생각되는 순면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목화를 기를 때 사용되는 합성 비료, 토양 첨가제, 고엽제 등이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면을 생산하며 파괴되는 환경과 노동, 물 소비 등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옷이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소재로 평가할 수 있다”며 “바람직한 ESG경영에 대해 상세히 측정하고 고민해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국내 ESG 선두주자는 SK...“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쓴다”
그렇다면 ESG를 가장 잘 하는 국내기업은 어디일까. 이 대표는 망설임 없이 ‘SK그룹’을 꼽았다. SK는 국내 최초로 글로벌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한 기업이다. RE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전부를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의외로 우리나라에서도 ESG를 잘하는 기업이 많은데 그중에서 제일 앞장선 기업은 SK”라며 “반면 중소기업들은 고비용 탓에 ESG를 실천하기 쉽지 않은데, 원청인 대기업들이 지원하고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아직 저변이 넓지 않은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 확대도 주문했다. 현재 국내 임팩트 투자 생태계는 걸음마 수준으로, 정부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편성해 놓은 펀드자금이 대부분이다.

한편 한국사회투자는 지난 2012년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운용자금 550억원)의 비영리 액셀러레이터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및 투자를 진행 중이고, 한국전력공사 등 ESG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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