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7개월만에 가석방 결정美 파운드리 부지 선정 검토 우선 진행 예상삼성SDI 美 투자·스마트폰 사업 점검 나설듯“취업제한 등 제약 여전···사면 요구 지속될 듯”
법무부는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대상자들의 적격 여부를 논의,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 부회장은 7개월만인 오는 13일 출소하게 됐다.
여전히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존재하나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며 향후 삼성의 주요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2018년 미래 신사업 분야에 180조 투자,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 이후 새로운 삼성의 미래 비전도 제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삼성의 대규모 투자 비전 발표와 대형 M&A는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심화되며 자취를 감춘 상태다.
2018년 향후 3년간 반도체, AI, 5G, 반도체 등의 미래 신사업 분야에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삼성의 계획은 최근 약속한 3년이 지나며 마무리됐다.
삼성전자가 2018년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시설투자와 R&D 투자비용으로 쏟아부은 금액만해도 총 153조4000억원에 달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들의 투자금액을 합하며 총 투자금액 180조원은 무난히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019년 4월 발표된 ‘반도체 비전 2030’의 경우 실현 가능성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반도체 비전 2030’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선두주자로 나서겠다는 청사진으로, 관련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는 동시에 전문 인력 약 1만5000명을 채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근 삼성은 ‘반도체 비전 2030’와 관련해 투자금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린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미국 투자는 부지 선정 등의 작업에서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태다.
더욱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로 지난해 4분기 18%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2019년 반도체 비전을 발표할 당시 점유율인 18~19% 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 같은 와중에 반도체 강자인 인텔은 올해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고 2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텔은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실제 인수가 이뤄질 경우 인텔은 단숨에 업계 3위로 치고 올라온다.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부재 속 투자결정이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자들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구도가 2강에서 3강으로 재편되고 미국 기업 파운드리 사업 진출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될 우려도 있다”며 “인텔이 적극적으로 파운드리에 뛰어든다면 삼성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경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8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 보유에도 맥이 끊긴 M&A도 가시화될 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 초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인공지능(AI), 5G, 전장 사업 등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입지가 좁아지는 스마트폰 사업의 돌파구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은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나 플래그십(최상급 기종)에서는 경쟁사인 애플에 밀리며 폴더블폰 대중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외 EV용 중대형 배터리 시설투자를 앞두고 있는 삼성SDI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함께 의사결정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대비 미국 진출이 늦은 삼성SDI는 최근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시장에 늦지 않게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이 된 뒤에는 진척이 없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삼성의 의사결정이 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단 이 부회장은 여전히 취업제한 등 제약이 많아 재계의 사면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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