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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성수 마지막 당부에도 금융지주 불만 폭발

금융 은행

은성수 마지막 당부에도 금융지주 불만 폭발

등록 2021.08.12 14:35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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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서 “청년 채용 확대” 주문금융지주 “취지는 공감하지만”···현실적 어려움 표명은행vs빅테크 금융 시장 대립 속 금융지주 불만 쌓여“은 위원장 임기 내내 빅테크에 유리한 방향 끌고 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0일 5대 금융지주 수장들과 간담회를 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은 위원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사진=금융위 제공은성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0일 5대 금융지주 수장들과 간담회를 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은 위원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사진=금융위 제공

퇴임을 앞둔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향한 금융지주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은 위원장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금융지주 고통분담을 줄곧 강조한 것에서 나아가 최근엔 ‘금융사 채용 확대’라는 주문을 내놓으면서다.

12일 은 위원장을 향한 금융지주 업계의 불만을 들어보면 지난 1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비공개 간담회에서 나온 ‘청년 채용 확대’ 발언이 불씨를 당겼다.

은 위원장은 이날 청년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며 금융지주들이 다음 달 개최되는 ‘2021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 힘을 실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채용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은 알지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며 “구조적으로 인건비 조정 등을 통해 청년 채용을 늘리는 방향도 고민해 달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이날 금융지주 회장들은 은 위원장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청년 채용 확대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은행 점포도 축소되고 있는데 당장 예전처럼 고용을 마냥 늘릴 수는 없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은 위원장이 임기 내내 빅테크에 유리한 금융 시장을 조성해 금융지주 운신의 폭을 좁히고는 끝내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요구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IT 분야 개발자나 관련 경력자는 은행이나 그룹 차원에서 계속해서 채용을 확대하고 오히려 경쟁적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금융지주가 예전과 같은 전통적인 채용 확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금융지주가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고도 전전긍긍하며 빅테크 쪽으로 치우쳐가는 업계 분위기를 염려하고 있다는 분석과도 연결된다.

대표적인 예가 여전히 교통정리 안 된 금융위 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 과정이다.

이 플랫폼은 오는 10월 시행을 목표로 금융결제원이 은행 등 각 금융기관 개인 대출 정보를 모으면 이를 빅테크 업체가 현재 운영하는 금리비교 플랫폼에 연결해 ‘대출 갈아타기’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군데서 편하게 대출 금리를 조회하고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거시적인 편리함이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빅테크에 수수료 부담을 안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고스란히 되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아예 시중은행은 빅테크 종속 우려를 표하며 따로 은행연합회 주도의 플랫폼을 만들기로 입장을 달리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와 시중은행의 소통부재가 플랫폼 간 경쟁 국면이라는 새로운 소모적인 논쟁만 낳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고개도 들고 있다.

결국 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 가계대출이 아닌 중금리대출을 먼저 하는 방법 등 여러 아이디어를 줬다”며 “환영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 다시 살펴볼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은성수 마지막 당부에도 금융지주 불만 폭발 기사의 사진

다음 달 말 만료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논의도 여전히 금융지주가 감내해야 하는 지점으로 남아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라 재연장 필요성에는 은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지주 회장들이 어느 정도 사전 교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작용 최소화’라는 점에선 여전히 간극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지주 쪽에선 이전과 같은 전면 재연장보다는 이자만이라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특히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연장 과정에서도 금융지주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이미 답은 정해져 있으니 응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지주와 빅테크의 ‘디지털 전쟁’에서 은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가 지나치게 빅테크 편의만 봐주면서 금융지주의 불만이 쌓여있다는 주장은 계속된 논란거리다.

앞서 마이데이터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의무화 시기를 빅테크 업체 요청을 받아들여 금융위가 이를 뒤로 미룬 것이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서 빅테크도 계좌를 발급하고 자금이체 등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등 사실상의 여·수신업을 영위하면서도 이들이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는 다른 조건을 대입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 위원장과 금융위를 향해 빅테크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는 금융지주의 속앓이가 끊이지 않았다”며 “최근 채용 확대 발언은 그 취지엔 공감하나 가뜩이나 쌓인 불만에 불씨를 더한 것처럼 비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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