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3세 회사 에이치솔루션, 자회사로 흡수합병실질 지주사는 ㈜한화···불완전 지배구조 재정비 금융계열사 보유탓 ‘사업형지주사’ 체제 유지해야합병법인 보유 시스템·종합화학 지분 처분 가능성한화솔루션 등 고려시 점진적인 추가 개편 불가피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에너지는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한화에너지가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투자부문 지주사 역할을 하던 에이치솔루션은 발전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에너지와의 합병으로 중복된 지배구조를 개선하게 된다.
에이치솔루션은 자체적인 수익원이 없다.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0원이고, 영업손실은 8억원이다. 반면 연결기준으로 살펴보면 매출 1조1515억원, 영업이익 1030억원을 기록했다. 전적으로 자회사 실적과 배당금 등에 의존하고 있다.
의사결정구조는 단순해지고, 경영효율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솔루션은 지난해 5월 한화에너지 대표이사인 정인섭 부사장을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겸직시킨 바 있다.
두 회사의 합병기일은 오는 10월 1일이고,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게 된다. 기존 최대주주 지분율에는 변화가 없다. 지배구조는 ‘김동관 사장 등 3형제→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에서 ‘3형제→한화에너지 합병법인→한화종합화학’으로 축소된다.
이번 합병은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화그룹은 에이치솔루션뿐 아니라 실질 지주사 ㈜한화가 존재한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된 지배구조 개선안은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이다. 하지만 상장사와 비상장사 합병이 불러올 파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이 급부상했다. ㈜한화를 통해 그룹사 전반을 지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에이치솔루션은 2018년 2%대이던 ㈜한화 지분율을 2019년 3%대, 지난해 4%대, 올해 5%대까지 끌어올렸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 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철회를 같은 선상에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화종합화학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 6월 예비심사를 신청하는 등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상장이 완료되면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오너 3세들의 승계 실탄 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대주주는 삼성그룹 측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전량을 1조원에 매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룹 측은 “수소 등 신사업에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기존 승계 플랜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상장 취소가 결정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한화그룹은 이중 지배구조에 손을 대는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법 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한화그룹 전체 매출액에서 금융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순수 지주회사가 아닌, 사업형 지주회사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사 규제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자회사 지분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한화에너지 합병법인’은 자체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사업형 지주사가 될 수 있다. 대신 이중구조를 정리하기 위해 ㈜한화와 지분관계가 얽혀있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종합화학을 처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화시스템은 ㈜한화 손자회사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 12.8%를 보유한 2대주주다. 지난 11일 종가 1만6800원 기준 총 4061억원 규모다. 한화종합화학의 경우 한화에너지가 51.7%(2197만5188주), 한화솔루션이 47.6%(2022만9494주)의 주식을 들고 있다. 한화 측은 삼성 측으로부터 주당 9만6334원에 인수했다.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2조1170억원으로 추산된다.
만약 ‘한화에너지 합병법인’이 한화시스템과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모두 처분한다면, 약 2조5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에너지 합병법인’이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선 뒤에도 점진적인 추가 개편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한화에너지는 화학 중간지주사격인 한화솔루션과 사업 연관성이 깊다. 특히 1순위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동관 사장이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만큼, 이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한화에너지 합병법인’을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것”이라며 “‘한화에너지 합병법인’을 그룹 최상단에 올리는 대신, 3형제가 보유 지분을 매각해 전부 현금화하는 방안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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