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회장, 1995년 삼성차 설립외환위기 경영난 심각, 한때 대우차로 매각 추진도 프랑스 르노 2000년 인수, 삼성카드 지분 일부보유전시장 테마 노란색으로 교체, 마름모 엠블럼 부착
19일 자동차업계와 투자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르노삼성 지분 19.9%를 처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매각주관사로는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프랑스 르노는 지난 2000년 경영난에 빠진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르노와 삼성 측은 합의에 따라 삼성카드가 르노삼성 지분을 일부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의 삼성 브랜드 위상을 고려해 10년 주기로 ‘삼성’을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해 왔다. 르노삼성은 삼성 기술력이나 마케팅 노하우가 아닌, 이름만 빌려쓰며 매년 매출액의 0.8%를 이용료로 지불했다.
지난해 브랜드 사용 계약은 만료됐지만, 삼성 측과 르노삼성은 브랜드 사용 기간 종료 시기를 2년간 유예했다. 삼성카드의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르노삼성 지분의 장부가액은 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인 신규 투자자 윤곽이나 예상 지분 매각 시점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은 1995년 설립된 삼성자동차에서 시작됐다.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은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 때부터 오랜 숙원 사업으로 꼽아왔다. 이를 실현시킨 것은 고 이건희 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은 회사 창립 3년 만인 1998년 중형 세단 ‘SM5’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하지만 외환위기(IMF) 등 경제위기와 맞닥뜨리며 파산 위기에 몰렸다. 한때 기아자동차와 국내 승용차 업체 2위를 다투던 대우자동차로의 인수가 추진되기도 했다.
르노삼성은 2000년 후반까지는 일본 닛산 자동차를 들여와 한국형 버전으로 바꿔 판매하는 영업방식을 유지해 왔다. 준중형 세단 ‘SM3’ 등이 대표적이다. 르노그룹은 삼성차 인수 직전인 1999년 닛산 지분 35%를 사들이며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구축한 바 있다.
르노 차량으로 플랫폼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3세대 SM5가 생산되기 시작한 2009년부터다. 특히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은 르노 엠브럼을 단 완성차를 수출하며 아시아 주력 생산기지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위기도 있었다. 세계적 금융위기가 닥친 2011년과 2012년 2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지만, ‘리바이벌 플랜’(회생 계획)을 시행해 이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르노삼성이 삼성 브랜드와의 결별을 준비해 온 것은 2015년부터다. 당시 르노삼성은 전국 전시장 테마를 삼성 고유 컬러인 ‘파란색’에서 르노그룹의 ‘노란색’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또 2016년부터는 소형 SUV ‘QM3’ 구매 고객 중 희망자에 한해 태풍 엠블럼이 아닌 르노의 마름모 엠블럼을 부착해 판매하기도 했다.
2018년 르노에서 직수입한 해치백 ‘클리오’의 경우 르노삼성을 상징하는 ‘SM’시리즈로 이름을 바꾸지도 않았다. 직원 이메일 주소 역시 ‘르노삼성닷컴’에서 ‘르노닷컴’으로 전면 교체됐다.
현재 르노삼성은 8개 라인업을 내수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대표 승용 모델인 ‘SM3’와 ‘SM5’, ‘SM7’은 2019년 차례대로 단종됐다. 중형 세단 ‘SM6’와 중형 SUV ‘QM6’, 소형 SUV ‘XM3’만 국내 생산하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는 동신모텍에서 위탁생산한다.
전기차 ‘조에’와 QM3의 후속모델인 ‘캡쳐’, 중형 상용차 ‘마스터’는 모두 본사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경영환경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악화된 모습이다. 부산공장은 미국으로 수출하던 닛산 로그 생산이 정료되면서 가동률 하락을 겪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은 크게 나빠졌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796억원으로, 리바이벌 플랜 단행 이전이던 2012년 이후 8년 만에 적자를 냈다. 올 초에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으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르노삼성은 삼성 측과의 결별 이후에도 ‘태풍의 눈’ 엠블럼은 그대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사명 변경과 관련해서도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s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