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CEO 제재 사유 아니고 쟁점도 아니었다”금융당국 금융사 CEO 징계 확정 앞두고 뒤바뀐 ‘판’같은 사유로 소송 중인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주목김형진·윤경은·나재철·박정림·정영채 CEO 사례도 눈길
금감원이 DLF 사태에 이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서 판매사 CEO들에게 비슷한 근거로 징계를 내렸는데 당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손태승 회장과 마찬가지로 금감원과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이날 금감원과 손 회장의 행정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손 회장은 지난해 DLF 불완전판매 관련 금감원의 ‘문책경고’가 나오자 “우리금융은 이미 내부통제 체계를 갖췄고 CEO가 상품 판매 관련 의사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던 만큼 금감원 징계가 지나치다”며 가처분신청과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손 회장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는지 여부를 형식적·외형적 측면은 물론 그 통제기능의 핵심적 사항이 파악됐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현행법상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손 회장을 향한 ‘3년간 금융권 취업 제한’에 해당하는 금감원의 ‘문책 경고’가 전제조건과 법적 근거를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부당 징계라는 뜻이다.
특히 재판부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근거로 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는 제재 사유도 아니고 주요 쟁점도 아니었다”며 “은행 내부규정에 반드시 포함될 내용에 흠결이 있는지로 판단했다”고 분명히했다.
현재 금융회사 임원 제재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해임요구, 직무정지, 문책경고는 중징계다. 금융권 취업 제한도 해임요구 5년, 직무정지 4년, 문책경고 3년이다.
이날 손 회장의 1심 승소 이후 금감원은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을 아끼며 여러 다른 질문에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금융 업계에서는 손 회장 사례가 다른 금융사 CEO들의 징계 확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 및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사 임원에 대한 중징계는 금융위원회에 최종권한이 있다. 금감원이 1차적으로 판단을 해 건의하면 금융위가 이를 최종 확정하는 형태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라임펀드 사태 관련 제재 시점을 손 회장 행정 소송 1심 이후로 미루겠다고 언급했다.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이번 손 회장의 1심 승소는 금융위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하나은행장) 사례가 초미의 관심사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DLF 사태와 관련해 함 부회장에도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함 부회장은 가처분신청을 내고 현재 징계 취소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다음 달 초 사모펀드 환매 중단 관련 금감원 제재심을 앞두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펀드 등 각종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책임을 물어 당시 은행장인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에게도 ‘문책경고’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CEO로 시각을 넓히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라임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 책임으로 금감원으로부터 각각 주의와 주의적 경고를 받아 금융위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이상 직무정지)와 박정림 KB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문책경고) 징계안도 이번 손 회장 1심 결과를 참고로 결론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직 이들 CEO의 행정 소송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손 회장 사례가 예시가 돼 같은 논리로 징계를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날 판결 이후 금감원은 “판결문을 살펴본 후 CEO 감독 책임 등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최근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시장과 끊임없는 대화”를 강조한 것을 근거로 윤석헌 전 금감원장 체제와는 다른 기류를 나타낼 것이란 기대감도 번지는 중이다.
전부 이번 손 회장 1심 결과를 토대로 금융당국이 앞서 나온 CEO 징계를 뒤집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목소리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과 같은 논리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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