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신 회장에게 풋옵션 분쟁 책임 있다중재 판결 비용 75% 신 회장이 부담 명령FI 풋옵션 권리 유지···가치는 재산정 해야“신 회장, 분쟁 해결해야···어깨 무거울 것”
국제상사중재법원(ICC) 산하 중재판정부가 이번 분쟁의 근본적인 책임이 주식 풋옵션 가치 산정을 기간 내 하지 않은 신 회장 측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애초에 계약 내용을 이행했다면 분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뜻이다.
지난 2018년 FI 측이 제기한 풋옵션 행사가인 40만9000원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효 처리됐지만, 이 역시 신 회장이 계약서에 명시된 ‘풋옵션 행사 후 30일 내 가치 산정 의무’를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ICC의 결론 중 하나다.
ICC는 6일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제기한 풋옵션 가격 분쟁에 대해 신 회장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장장 2년 6개월 만의 결과다.
ICC는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제출한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주주 간 계약서에 따라 합의된 풋옵션 부여 및 풋옵션 행사 시 가치평가를 위해 마련된 절차 사항 등 관련 계약 의무를 위반한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FI 측은 ‘풋옵션이 유효하고 신 회장의 계약 위반 책임을 ICC가 인정했다’는 부분을, 교보생명 측은 ‘ICC가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며 각자 승소를 주장하고 있다.
양 측 주장을 종합했을 때 ICC는 사실상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
우선 ICC가 신 회장에게 이번 중재 비용의 75%를 내라고 명령한 점이 단적인 근거다. 신 회장은 어피니티 측 중재 비용 절반(중재 비용 50%·변호사 비용 50%)과 본인의 비용 전부를 부담하게 했다.
통상적으로 재판 비용을 패소한 쪽에 부담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신 회장이 이번 중재 재판에서 사실상 패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 근거는 신 회장이 주장한 ‘계약 상 풋옵션 조항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가치평가기관 선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말에 대해 ICC가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즉 신 회장이 애초에 계약서에 명시된 ‘가치 평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된 셈이다.
교보생명은 IF가 주장한 풋옵션 가격인 40만9000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승소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신 회장은 주식 가치를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 측 합의가 이뤄질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해당 풋옵션 행사가 무효 처리된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중재 소송에서 중요한 건 가격”이라며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피니티 측은 애초에 풋옵션 행사로 지분을 팔려 했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셈이기 때문에 얻은 게 없는 셈인 반면 신 회장은 주식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풋옵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고, 향후 FI가 풋옵션을 다시 진행할 경우 양 측 다 교보생명 주식 가치를 재산정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신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일단 지켰지만,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 권리 행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ICC의 권고에 따라 가치평가 보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ICC의 중재판정은 국내 법원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기 때문에 신 회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ICC가 신 회장 측에 중재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시켰다는 점, IF는 그대로 풋옵션 권리를 가지고 가게 된 점을 고려하면 어피니티 측의 승소로 보는 게 올바른 해석일 것”이라며 “어쨌든 신 회장은 풋옵션을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부담을 지고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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