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은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 후보인 홍준표 의원을 누르고 대선행을 확정했다. 홍 의원은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격차를 좁히지 못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두 경선 후보의 운명이 엇갈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일. 경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각 후보와 지지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을 마포대교 너머로 지켜보던 여의도의 한 시선. 그것은 야당 대선 후보 경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LG전자의 시선이었다.
LG전자가 이날 경선 결과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이사회에 구성에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LG전자 이사회에 참여하는 총 4명의 사외이사 중 1명인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는 홍 의원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백 교수는 이명박(MB)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을 거쳐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한 거물급 인사다.
만약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홍 의원이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백 교수는 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 발 더 나아가 홍 의원이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MB 정부에 이어 또 한 번 정부나 청와대 요직에 오를 가능성도 있었다.
이 경우 백 교수는 오는 2023년까지 3월까지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LG전자 사외이사직을 사임하게 되고, LG전자는 새로운 거물급 사외이사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LG전자는 백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될 예정이다. 백 교수까지 이사회를 떠난다면 사외이사 3명이 한꺼번에 바뀌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했다.
더욱이 백 교수는 LG전자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해 올해 이사회 내에 신설한 ESG위원장 초대 위원장도 맡고 있다. 백 교수는 지난 7월 열린 ESG위원회 첫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임됐는데, 불과 수개월만에 위원장이 바뀔 수도 있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백 교수의 거취에 따른 영향을 문의하자, LG전자 측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예단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결과적으로 홍 의원이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LG전자는 사외이사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따른 부담을 덜었다. ESG 경영 관련 사내 최고심의기구인 ESG위원회 위원장도 당분간 바꿀 필요가 없게 됐다.
올 들어 9월까지 백 교수의 이사회 출석률은 100%다. 홍 의원 경선 캠프에 합류한 8월 이후에도 이사회에 참석해 신규 시설투자 안건 등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사회 활동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백 교수가 LG전자 이사진과 함께 지켜 볼 내년 3월 대선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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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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