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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떠난 예산 어디로···청와대? 총리실?

기재부 떠난 예산 어디로···청와대? 총리실?

등록 2021.12.01 14:28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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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재부②]기재부, 정권따라 분리·통합 반복예산실 국무총리 산하로 이관···예산청 신설안 유력예산 권한 청와대 또는 ‘선출직’에 넘기자는 주장도

기재부 떠난 예산 어디로···청와대? 총리실? 기사의 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대선 결과에 따라 기재부가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전처럼 재경부와 예산처로 나뉘는 것이 점쳐지고 있으나, 예산실이 청와대나 총리실 등 어느 소관으로 갈 지가 관건이다.

현재 형태의 기재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이 분해된 후 이명박 정부에서 재정경제부와 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기재부로 재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재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하도록 하면서 체제를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기재부에 대한 조직개편이 없었다.

기재부는 재무부와 기획처를 뿌리로 한다. 기획처는 경제기획원으로 확대됐다가 김영삼 정부 때 둘을 합쳐 재정경제원이 탄생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재정경제원이 다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눠졌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기존 시스템을 유지했다.

기재부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책과 예산, 기획 기능의 분리와 통합을 반복했다. 기재부 조직 개편은 여당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주장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는 당내 대선 후보들의 공약 담당자들을 초청해 정부조직 개편안을 제안했다.

기재부 분할안으로는 두 가지 안이 제시됐다. 1안은 기재부과 금융위원회를 한 묶음으로 기획예산처(예산·중장기계획), 재정경제부(세제·경제정책·정책조정·금융)로 분리하고, 경제 부총리제를 폐지하는 것이었다. 2안은 기재부와 금융위를 기획재정부(예산·기획·세제)와 금융부(국제금융+금융위)로 개편하는 방안이었다.

당시 이 후보는 기재부 개편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조직을 뜯어고치는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현재는 다시 여야를 막론하고 공룡 부처의 권한 집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예산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기재부가 쪼개진다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이전처럼 재경부와 예산처로 다시 나뉠 것으로 보인다. 예산실은 국무총리 산하로의 이관이 유력하다. 기재부의 예산 조직을 떼내 총리실 산하로 두거나, 예산청을 신설하자는 구상이다.

이재명 후보의 싱크탱크인 ‘대한민국의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성공포럼)은 지난달 29일 토론회에서 예산기능을 총리실 산하로 두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전환 시대의 국가와 차기 정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국무총리로부터 예산권을 박탈해 기재부로 권한을 이양·통합시켜 책임총리가 불가능하게 했다”며 예산편성권을 가진 책임총리와 이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와대 산하로 두자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은 예산을 행사하는 정부조직이 따로 있지 않고 백악관에 예산실이 있다. 지난달 27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 등과 공동주최한 ‘차기 정부를 위한 재정개혁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재부 조직을 이같이 분리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기재부를 예산처와 재무부로 분리해 각각 예산편성과 세제·재정관리를 맡기고 ▲정책기획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며 ▲성과평가는 감사원이 실질적 역할을 하게 하고 ▲국회의 예산심의 권한을 강화해 정부와 국회가 상호 견제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공공정책 결정에서 기재부 개입을 최소화할 것도 주문했다. 기재부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떼어내고,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 기금운용에서 기재부의 정부위원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재부 장관, 차관, 국장급까지 고위공직을 정당과 민간 전문가에 개방해서 국민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무직’ 공무원이 쥐고 있던 예산 편성권을 ‘선출직’에 넘겨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예산 편성권과 같은 경우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직자가 맡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은 백악관 내에 예산실을 두고 있지만 의회가 실질적으로 예산을 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현정희, 이하 공공운수노조)은 25일 ‘기획재정부 해체 운동’을 선포하고 기재부 해체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공공운수노조가 생각하는 ‘기획재정부 해체’의 모습은 기재부를 예산기획·재정부로 분리하는 것에서 나아가 예산, 기획, 재정, 공공기관 운영제도를 전면 개혁하는 것이다.

▲정책기획, 예산기능, 조세·재정 기능을 분리하고,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심의까지 국회의 권한과 시민의 참여 확대 ▲재정건정성, 시장만능주의 같은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 전면 수정 ▲공공기관 운영을 기획재정부로부터 분리시키고 노동자·시민의 민주적 참여 강화 등이 있다.

한편 일본은 대대적인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일본의 기재부였던 대장성을 아예 해체했다. ‘잃어버린 20년’을 지나던 고이즈미 정부에서는 공룡이 되어버린 대장성을 해체시키고, 예산 편성 권한은 경제재정자문회의로, 금융행정은 금융청의 관할로 넘겼다. 관치의 상징인 ‘기획’ 기능도 경제산업성으로 넘어갔다. 우리 식으로 치면 기재부가 사라진 셈이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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