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줄이고 수시채용으로 IT 인재 모시기LG·롯데 등 대기업 모습 그대로 변화 속도“개인화·자산관리 위한 디지털 금융화 추세”“점포 영업 줄어 몇백명씩 뽑던 공채 사라질 것”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공채 수가 급속도로 줄어든 가운데 내년에도 예년과 같은 수준의 채용은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올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며 신입과 경력 포함 총 280여명의 직원을 충원했지만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공채가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매년 하반기에 공채를 했지만 수시채용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확정적으로 어느 수준이 될 것인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9월 공채로 250여명을 충원했지만 최근 수시채용 보폭은 더욱 넓어졌다. 예년과 같은 공채를 일정 부분 유지하고 있지만 필요할 때마다 수시채용을 진행해 인력을 채우는 방식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도 아직 하반기 공채 일정과 규모를 정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연말까지 물리적 기한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채 문을 닫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은 최근 3년간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을 했지만 올 상반기 지역인재 신입 행원 공채, 수시채용, 하계인턴 채용만 진행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공채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며 “수시채용 등을 통해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진행한 하반기 신입행원(일반직) 수시채용 외에 별도의 다른 채용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은 작년 하반기까진 공채를 통해 신입행원을 선발했다.
그 대신 올 상반기 소규모의 IT 부문 인재를 선발했고 내년 채용 계획도 필요한 직군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 변화에 가장 민감한 국내 기업들의 공채 폐지 행보가 은행권에도 옮겨붙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그룹을 제외하고 현대차, LG, 롯데 그룹 등 5대 그룹은 이미 공채제도를 폐지했고 SK그룹은 올해 하반기가 사실상 마지막 공채로 분류된다. 그 대신 이들은 IT 인력을 중심으로 수시채용을 진행하며 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충원하는 형태로 이미 변화했다.
‘금융의 디지털화’ 속에서 사실상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국내 은행들의 수시채용 확대도 같은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퍼진 가운데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영업활동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올 상반기 내놓은 ‘2020년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과 우체국 예금 고객 기준 인터넷뱅킹 일평균 이용 금액은 58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6% 급증했다. 이용 건수도 1333만건으로 같은 기간 11.9% 증가했다.
반대로 영업지점 창구의 업무처리 비중은 확연히 줄었다. 전체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 중 65.8%가 스마트폰 등 인터넷을 통해 진행돼 영업지점 창구의 업무처리 비중은 7.3%에 그쳤다.
여기에 수익성을 고려한 은행 점포 축소도 더는 은행들이 이전과 같은 규모의 인원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점포는 지난해 236개 줄었으며 5대 은행의 직원도 같은 기간 1332명 감소했다.
당장 내년 초부터 점포 축소도 줄줄이 예고됐다. 신한은행은 내년 1월 17일 35개 지점을 축소하고 일주일 뒤인 24일엔 7개 지점을 기존 점포와 합치기로 했다.
같은 날인 24일부로 KB국민은행도 35개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1월 중으로 지점 2곳을 문을 닫는다.
우리은행은 점포 24곳을 올해 말까지만 영업하고 기존 영업점과 합치기로 한 상태인데 내년 점포 축소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비대면 거래 확대로 금융 소비자와 은행 모두 더는 오프라인 점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나오는 변화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예로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신용대출과 펀드 등의 비대면 판매 비중은 90%를 넘어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채용 문이 지나치게 좁다는 비판을 듣지 않는 선에서 앞으로는 더욱 공채보다는 수시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비대면 플랫폼 금융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IT 인재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의 점포 영업 비중이 줄어들면서 대규모로 몇백명씩 뽑던 공채제도를 사실상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은행들이 돈 버는 방식이 변한 만큼 앞으로는 더욱 개인화되고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출 텐데 이렇게 되면 전통적인 공채제도의 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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