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회장, 언론 인터뷰서 “3년 고용보장 하겠다”통상 M&A서 제시하는 적정기간, 시한부 우려“인위적 구조조정 없지만, 일안하면 해고” 언급노조, 2009년 이후 고용보장 및 고통분담 감내“근로자들 긴 시간 희생해왔다는 점 인지해야”
쌍용그룹 자동차 계열사이던 쌍용차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에 넘어갔다. 하지만 대우그룹은 인수 1년 만에 부도를 맞았고,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세 번째 주인이 된다. 상하이차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쌍용차의 독보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술탈취였다. 상하이차는 소기 목적을 달성한 뒤, 인수 5년 만인 2009년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쌍용차가 전체 직원의 40%에 육박하는 ‘2646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 때다.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었다. 공장을 점거하고 목숨을 건 투쟁을 이어갔다. 격렬한 파업은 무려 77일간 이어졌다. 이 사건으로 60여명이 구속됐고, 1700여명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끝가지 생존권을 외치던 조합원 160여명은 결국 해고자 신세가 됐다.
‘쌍용차 사태’ 이후 인도 마힌드라가 네 번째 주인이 됐다. 마힌드라는 무급휴직자와 해고자, 희망퇴직자를 순차적으로 복직시켰다. 쌍용차 회심의 역작이라고 불리는 소형 SUV ‘티볼리’의 탄생은 노사 화합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11년 만에 다시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렸다. 마힌드라는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위기로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고, 쌍용차를 재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쌍용차 노조는 20년 전 부터 모기업이 수차례 바뀌는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도, 단 한가지를 바라왔다. 바로 고용보장. 노조가 ‘12년 연속 파업 없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 배경에도 쌍용차 경영 정상화에 기반한 고용안정이 깔려있었다.
다섯 번째 주인은 중견 전기차 업체인 에디슨모터스다. 쌍용차가 국내 토종기업 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18년 만이다.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우여곡절 끝에 투자계약(본계약) 체결을 완료하면서, 본격적인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새 주인과 기존 직원간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분위기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고용’ 관련 발언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난 10일 본계약 체결 직후 연합뉴스 등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년 고용보장을 계약서에 명시했다”며 고용유지 계획을 밝혔다. 강 회장이 언급한 3년은 통상 M&A 과정에서 제시하는 적정 고용보장 기간이다. 단순히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간을 적용한 것인데, 이를 두고 사실상 직원들의 ‘시한부 고용’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시각이다.
특히 쌍용차 구조조정에도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강 회장은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해고해야 한다”는 다소 상충된 입장을 전했다.
이는 지난 10월 쌍용차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던진 강 회장의 고용 관련 발언과도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쌍용차 공장은 현재 1교대로 연간 10만대를 생산하는데, 10~20만대 체제를 갖추도록 할 것”이라며 사세 확장 뜻을 내비추면서도, “생산성 없이 놀면서 임금을 받겠다는 사람과는 같이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현 직원들을 그대로 품고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강 회장의 인수 포기 발언을 두고도 갖가지 해석이 나았다. 우협 지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강 회장은 “쌍용차 구성원이 변하지 않으면 인수를 중도 포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쌍용차 회생에 동참해 달라는 임직원들의 협조를 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생존권을 볼모로 한 협박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강 회장이 고용 문제와 관련해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픈 역사를 겪은 쌍용차 노조에 있어 고용안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쌍용차 노조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고용보장만이 최우선 조건”이라는 점을 재차 분명히 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흑자전환 때까지 무분규·무쟁의를 이어가면 혜택들을 우선 개선하겠다”는 강 회장의 포부에도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무급휴직과 임금 삭감 등 고통분담 요구를 수용해 왔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파업을 벌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강 회장이 직원 반발이 불가피한 강도 높은 조치를 구상 중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이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점령군’의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며 “노조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랜기간 희생을 감내해 왔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와 에디슨 컨소는 전날 오후 본계약을 맺었다. 에디슨 컨소가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약 80여일 만이다.
인수금액은 3048억원이다. 쌍용차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에디슨 컨소가 발행되는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이 진행된다.
잔금 납입 기한은 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날로부터 5영업일 전까지다. 기존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보유한 구주의 감자 또는 소각도 동반돼야 한다.
회생계획안 인가 절차가 완료되면,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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