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공 할인 요구 거절, 면세 매출 하락 불가피 증권가 목표주가 하향 조절에 주가 급락 이어져최대 실적 행진 불확실성, 사업다각화로 해소 나서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작년 4분기 면세 매출 부진으로 전반적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10일 증권사들은 LG생활건강의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0.3~7.0%, 영업이익은 2.0~19.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하면서 추가 하락 여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체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화장품 부문은 작년 3분기 기준 54.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면세 매출은 30~40% 수준으로, 대부분 중국 따이궁(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중국인 보따리상)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다.
이들 따이궁이 광군절을 앞두고 대표 브랜드 후를 비롯한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면세 부문 실적 기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공격적으로 연말 프로모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함이다. 중국 럭셔리 화장품 라인업을 확고히 굳혀온 만큼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 이번 일회상 이슈로 브랜드 경쟁력 훼손을 논하기 이르다는 판단도 나온다.
비용 효율화와 면세 수수료 지출 축소 등을 비롯한 수익성 방어는 다소 긍정적인 반면, 최대 실적행진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차석용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차 부회장 부임 직전인 2004년 매출액은 9526억원, 영업이익은 544억원에 불과했지만 16년 동안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2020년 연결기준 매출액 7조844억원, 영업이익 1조20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1%, 3,8% 늘어난 규모다.
면세 매출 하락에도 생활용품, 음료 등 사업 다각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우려 해소 요인으로 꼽힌다. 연중 위생용품 역기저,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부담이 존재했다. 그러나 4분기부터 위생용품 기저 구간이 종료되고, 피지오겔 성수기 효과로 추가 이익 확보가 예상된다. 음료 부문 역시 가격 인상 조치가 방어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는 럭셔리 브랜드를 필두로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차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뷰티 사업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후’의 경우 천기단 라인에 이어 최상위 환유 라인과 천율단 라인을 집중 육성해 럭셔리 포지셔닝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그간 중국 화장품 시장 내 럭셔리 라인업을 굳혀왔으며, 코로나19 타격에도 건재한 상황이 이어졌다”며 “음료, 생활용품 등 전반적 사업 다각화가 이뤄졌고, 향후 화장품 사업에서도 한 단계 더 고가 라인업으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LG생활건강은 전 거래일 대비 0.84% 내린 94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4년 3개월여 만에 100만원 아래로 추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뒷걸음치며 낙폭을 키웠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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