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조한 수요 증가 추세에서 재고 늘어글로벌 공급 차질 등 코로나19 영향중간재 생산 비중이 큰 산업 구조 때문"올해 중 코로나 진정되면 재고 정상화"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최근 공급차질 및 감염병 상황이 제조업 재고에 미친 영향' 이슈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재화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생산차질, 물류지연 등으로 공급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제조업 재고는 오히려 빠르게 증가했다.
자동차 생산차질은 완성차 재고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난해 3분기 이후 국내 제조업 재고는 자동차 부품, 반도체, 금속, 석유제품, 화공품 등을 중심으로 상당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재고 증가 배경에는 중간재 출하 감소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출하 감소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특히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철강, 화학제품 등의 단가가 높아지면서 이들 품목의 출하가 부진한데다 지난해 3분기 이후 감염병 확산세 심화로 경제주체의 이동량이 줄어들면서 연료 판매가 둔화되고 그 결과 석유제품 재고가 증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기마다 이동성 지표가 하락하면서 석유제품의 출하가 감소하고 재고가 증가했다.
보고서에서는 "이를 감안할 때, 최근 재고 증가는 향후 제조업 경기의 둔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재고가 늘어난 데에는 중간재 생산 비중이 큰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경기둔화기에 수요가 감소하면서 재고가 늘어났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견조한 수요에도 공급차질 및 감염병 확산의 영향으로 재고가 늘었다는 뜻이다.
위기 초기에는 수요가 위축되고 생산조정이 늦어짐에 따라 재고가 늘어나며 회복기에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고가 감소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재고‧출하 순환에도 교란이 발생하면서 통상적인 회복기와 다른 패턴이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재고‧출하 순환이 회복패턴(우하향)을 그렸는데 하반기에는 공급차질과 감염병 확산세의 영향으로 좌상향으로 방향이 전환됐다.
이는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가 비교적 유사한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다만 중간재 생산을 해외에 의존하는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글로벌 공급부족의 영향으로 제조업 재고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고서는 향후 재고 변화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글로벌 공급차질이 완화되고 감염병 상황이 개선될 경우 차량용 부품 등 중간재 출하가 되살아나면서 제조업 재고 흐름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경기회복 과정에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 재축적하려는 수요가 나타날 경우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봤다.
이용대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차장은 "특정 시점은말하기 어렵지만 올해 중 글로벌 공급 차질, 감염병 상황이 약화될 것을 보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올해 제조업 재고 정상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일본의 철강 관세 철폐를 발표했지만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높은 상황이고 글로벌 기조 자체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 등 주요국 경기회복 과정에서 재고 재축적 수요가 나타났을 때 관세 철폐를 한 부분이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