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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디지털 콕핏' 기업을 택했나

투자의 '씬'

삼성은 왜 '디지털 콕핏' 기업을 택했나

등록 2022.02.15 07:00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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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車 핵심 'AR HUD' 기술 쟁탈전아포스테라 솔루션-하만 기술 시너지 판단LG전자, 폭스바겐에 공급···삼성도 원천기술 확보 움직임관련 시장 2028년 100조원 규모 성장 전망

삼성은 왜 '디지털 콕핏' 기업을 택했나 기사의 사진

'100조원 시장을 잡아라.'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독일의 차량용 증강현실(AR) 기반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솔루션 업체 '아포스테라' 인수를 발표하며 전장(자동차 전자장치부품)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인수 주체는 하만(HARMAN)으로 삼성이 자회사를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격은 거래 당사자 양측 협의로 공개되지 않았다. 완성차부품 분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아포스테라를 하만에 편입시키기 위해 몇 천억 비용을 지불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합병(M&A) 추진 계획이 이번 하만의 아포스테라 인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삼성이 하만을 통해 투자를 발표한 것은 미래 성장 분야 기술력을 선제 확보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다는 평가다.

◇전장 AR 솔루션에 '베팅'=삼성전자의 올해 첫 투자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영역 중 증강현실 기술 분야에서 나왔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독일 아포스테라는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 및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다. 2017년 설립돼 그동안 자동차용 헤드업디스플레이 및 내비게이션 업체 등에 증강현실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아포스테라의 솔루션은 하만의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디지털 전장 제품으로만 구성된 운전석·조수석 전방 영역) 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 및 내비게이션 원천기술을 확보, 하만의 전장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증강현실 기반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운전자 전방 유리에 띄우는 안내 표시를 단순히 창에 띄우는 것이 아닌 실제 외부 환경과 결합해 표시해주는 신기술이다.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에 탑재된 헤드업디스플레이는 4~5인치 크기인데 증강현실 기반 제품은 20~25인치 화면을 전방 유리에 띄워야 해 시야각이 훨씬 넓고 반응 속도도 빠르다. 앞 유리창 넘어 운전자가 바라보는 모든 곳이 정보창이 된다는 게 자동차 업계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실제 화면에 그래픽을 덧씌우는 게 핵심 기술(실시간 화면을 합성하는 기술)"이라면서 "발열 이슈가 있어서 색을 입히는 게 쉽지 않고 화면을 키우는 양산 기술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하만이 원천 기술을 가진 회사를 인수했다고 해도 양산 기간은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 분야는 원천 광학기술을 확보한 극소수 글로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특수 전문기술이어서 완성차와 대형부품사들이 기술협력 등을 위해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에 전략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영국 엔비직스(Envisics)에 기술 협업 조건으로 약 30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선행개발단계에 들어갔다. 현대모비스는 엔비직스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자율주행에 적합한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를 공동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LG전자가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를 먼저 상용화해 글로벌 완성차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LG전자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모델 중 올해 시장에 나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에 공급을 확정지었다.

◇하만 '디지털콕핏' 사업 키운다=하만은 삼성에 편입된 2017년부터 삼성전자 전장사업팀과 함께 디지털 콕핏을 개발해왔다. 디지털 콕핏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까지 첨단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진다.

헤드업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운전자 모니터링 솔루션 등이 포함된 '차량 내 경험(In-Cabin Experience)' 시장은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및 정보기술(IT) 도입 가속화에 수요가 크게 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아포스테라 인수를 통해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기업 위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포스테라가 보유한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기술은 하만이 갖고 있는 디지털 콕핏 사업과의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은 자동차 디지털 콕핏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봤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자료를 보면 '차량 내 경험' 시장 규모는 올해 470억 달러(56조원)에서 2028년 850억 달러(약 10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은 하만을 통해 양산 기술을 확보, 5~6년 뒤 시장이 2배 이상 커지는 시기를 노린다는 목표다.

그동안 하만 사업부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 등으로 삼성전자 실적에 기여도가 낮았다. 글로벌 완성차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출고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사이 전장 부품은 수익성이 예상만큼 빠르게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던 하만의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배경 역시 삼성전자의 투자에 힘이 실렸다. 삼성전자는 하만이 지난해 편입 후 최고 실적과 최대 수주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만은 지난해 영업이익 6000억원을 거둬 2019년(3200억원) 이후 2배가량 수익성을 높였다. 디지털 콕핏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했으며, 디지털 콕핏이 하만의 고부가 사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권용수 국민대 겸임교수는 "하만은 이제 오디오 회사가 아니다. 삼성의 투자는 하만에 전장사업을 몰아주는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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