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RM 합병 무산 '쇼크'경쟁당국 M&A 심사 까다로워져삼성 투자처는 시스템반도체·AI·전장·로봇 등새해 첫 투자는 하만...獨 전장솔루션 회사 품어업계선 "투자 단위 작은 회사 노크" 관측
삼성전자는 올 초 'CES 2022'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밝힌 대로 전 사업 영역에서 M&A 대상을 놓고 여러 곳을 저울질 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 첨단산업 보호와 육성을 내세운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삼성의 선택지가 앞으로 더 좁아질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삼성, M&A 무산 영향 '촉각'=삼성전자 반도체(디바이스솔루션·DS)사업부 경영진은 '세기의 반도체 빅딜'로 관심을 모았던 엔비디아-ARM 합병 무산 건이 남일 같이 않다. 엔비디아가 무려 47조원짜리 ARM을 집어삼키려다 독과점을 우려한 주요국 규제 당국의 반대에 무산됐기 때문이다.
ARM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로 있는 반도체 설계 회사다.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이 개발·판매하는 대부분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기술을 갖고 있다. 이에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의 경쟁 당국과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혁신과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인수를 반대해왔다. 만일 엔비디아가 ARM을 성공적으로 인수했다면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는 당장 경쟁사로부터 핵심기술을 사와야 하는 난처한 입장이 처할 수 있었다.
삼성이 부담되는 것은 글로벌 M&A에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중국계 사모펀드가 14억 달러(약 1조6천억원)를 투자해 사려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는 미국의 제동으로 결국 무산됐다. 무산 이유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매그나칩 매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미국 국가안보상 위험성을 확인했다는 게 요지다.
이같은 경쟁국의 반대가 거세지면서 '빅딜(대형 M&A)'만 놓고 보면 앞으로 삼성도 수십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M&A 계획은 규제 당국에 발목이 잡힐 수 있는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독과점 우려가 나오는 사업군에서는 M&A 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진 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이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 선택은 반도체?, 전장?=재계 안팎에선 대형 M&A 리스크가 커지면서 삼성이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사업영역을 중심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로 눈을 돌릴 거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지난 2016년 9조원을 들여 인수한 전장기업 하만 M&A 이후 '빅딜'은 멈춰있다. 하만 이후에도 여러 회사를 인수했으나 투자 단위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 계획을 공개하며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전장, 바이오, 차세대 통신, 로봇 등 미래성장사업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M&A 후보군도 이러한 성장부문에서 이뤄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자회사 하만이 자동차용 HUD(헤드업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고 있는 독일 AR(증강현실) 솔루션 회사 '아포스테라'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하만의 소프트웨어 사업을 보강하기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 인수 금액은 양측 합의로 미공개로 했다.
업계에선 이번 거래가 올해 삼성이 여러 회사에 투자 움직임을 보여줄 신호탄이 되는 것은 아닌지 주목했다. 당분간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M&A보단 투자 단위가 작은 회사 여러 곳에 인수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설계기술력 관련 자생적으로 하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삼성이 반드시 M&A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1위 전략을 추진하려고 할 것"이라며 "단기간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파운드리에서의 파격적 진전이나 의미있는 M&A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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