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포디엄(Podium)'의 어원은 그리스어 단어인 '다리'에서 따온 것으로 높은 곳, 돌출부 등의 뜻의 라틴어 단어에서 유래됐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신전 또는 원형극장을 지을 때 기둥, 벽을 세울 때 이를 지지하기 위해 지면보다 약간 높게 쌓은 주춧돌을 일컫습니다. 포디엄은 각종 시상대, 지휘자, 연설자 등이 올라가는 최고의 자리로 불립니다.
2019년 산업은행은 큰 수술을 준비했습니다. 저의 고질적인 요통과 같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과 기업 결합을 통해 만성적인 통증을 없애겠다는 결정이었죠. 국내 조선업계는 몇 년 동안 중형조선소를 중심으로 폐업과 매각 등으로 난도질을 당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글로벌 수주절벽과 중국과의 경쟁력에서 강한자가 살아남는 '약육강식'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소 1위와 2위 업체의 합병은 조선업계 모두가 놀랄만한 세기의 수술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이동걸 산은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과 밀실 야합이다. 현대중공업 정몽준 대주주의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재무 등을 완성시키기 위한 물적분할이다" 등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을 놓고 양사 노조 및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 심사는 유럽연합(EU)의 반대로 최종 불허됐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새로운 인수자가 손을 내밀때까지 독자생존의 묘책을 세워야 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또 현대중공업은 조선 '빅2(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체제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글로벌 조선시장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목표는 미완의 과제로 남았지만 현대중공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손해볼게 없는 장사라고 봅니다. 다시 홀로서기를 고민해야 하는 대우조선해양은 분위기는 어떨까요. 일부 직원들의 기업 결합 불허를 두고 엇갈린 반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대우조선해양의 현주소입니다.
결국 한 기업의 울타리에서 기업결합에 대한 엇갈린 생각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구성원들의 한 목소리를 듣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누구의 탓으로 보일까요.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관리 주체 산업은행의 전문성의 결여 지적에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대목입니다. 현대중공업과 추진했던 기업 결합 심사의 책임도, 대우조선해양 구성원들의 갈등 또한 산은의 수장인 이동걸 회장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보입니다. 조선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금융 논리로 접근한 것이 화를 부른 것이지요. '스키마(배경지식)'가 없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어떻게 '연(緣)을 맺게 됐을까요.
대우조선과 산은의 악연은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조선경기가 부진한 시기 때였죠. 대우조선(당시 대우중공업)은 1989년 8월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되며 위기를 맞았고 정부출자기관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당시 대우그룹 계열사와 부동산 매각과 대우조선 증자로 4000억원이 넘는 자구노력을 하는 대신 산은이 대출금 상환을 유예하고 신규 자금을 수혈 받게 됐습니다. 이듬해 산은의 지분율을 40%에서 10%대로 떨어트리면서 산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1999년 대우그룹 사태가 터지면서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맞아 도미노 효과로 산은과 대우조선의 질긴 인연이 이어져온 것이죠. 이후 2001년 8월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하고 LNG선과 잠수함 건조 등에서 선박과 방산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새 주인 찾기는 쉽지 않았죠.
2008년 3월 대우조선해양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주인 찾기에 급물살을 타면서 포스코와 GS, 현대중공업, 한화가 참여한 예비입찰, 현대중공업과 한화 양 기업이 참여한 본 입찰에서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매각절차는 중단됐고 2009년 12월에 이어 2012년 1월에 매각을 시도했지만 인수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글로벌 조선 시황 부진과 정부 주도의 중국 시장 확대에 따른 영향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산은 체제로 이어져오게 되며 낙하산 인사의 대표기업으로 낙인찍혔습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49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그동안 적자 부실회사, 혈세를 먹는 하마 등 부정적인 이미지와 글로벌 최고 LNG선, 3000톤급 최신예 잠수함 기술을 보유한 방산기업 등 모두 대우조선해양이 양날의 검을 손에 쥐고 있을 때도 산업은행은 같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책임을 모두 대우조선해양에 넘기고 싶겠지만 꼬리표처럼 산업은행도 책임을 면하기 힘듭니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허리의 통증이 몰려옵니다. 다시 재활치료와 수술, 시술의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결론은 저의 선택입니다. 신중하게 지인과 전문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판단할 계획입니다. 전문가 없이 일방적인 오판으로 몸이 상하는 결론은 피해야지요. 처음부터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이 악연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씻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저의 허리 통증과 관련된 해결 방법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악연이 아니길 바랄뿐입니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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