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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40%, 국내선 50%가 규제 대상"···시너지보다 역효과↑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국제선 40%, 국내선 50%가 규제 대상"···시너지보다 역효과↑

등록 2022.02.22 12:13

수정 2022.02.22 17:15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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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구조적·행태적 조건부 승인 결정슬롯 반납·운임인상 제한 고강도 승인 조건대한항공 요구한 일부 문구 수정 등 반영도업계 반응 냉랭, 통합사 네트워크 축소 우려'대외변수 민감' 특성 무시, 경영자율성 상실도해외당국, 공정위 참조···글로벌 영업보폭 축소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한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안팎의 거센 우려에도 불구, 독과점 논란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구조적·행태적 조치를 시행하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향후 우리나라 항공운송시장의 경쟁시스템이 유지·강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항공산업 특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항공사 자율성까지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가 두 항공사간 인수·합병(M&A)에 대한 결론을 내놓은 것은 약 13개월 만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월 대한항공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 신청서를 받았고, 그해 2월 기업결합 경제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심사보고서는 연구 개시 10개월 만인 12월29일에 나왔다. 공정위 심사관은 양대 항공사 통합을 조건부로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내렸고, 대한항공은 3주간 보고서 검토를 거쳐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한항공측 의견서에는 경쟁제한성 판단과 조치의견 대부분을 수용하지만, 일부 조항을 수정해야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지난 9일 열린 조성욱 위원장 주재로 열린 전원회의에는 9명의 공정위원과 공정위 심사관, 우기홍 사장 등 대한항공 관계자,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할 때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과가 도출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공정위가 최종 결과를 발표한 것은 전원회의 2주 후다.

우선 구조적 조치로는 양대 국적항공사(FSC)와 관련 3개 저비용항공사(LCC)의 결합 이전 경쟁상황을 유지하고, 향후 경쟁 촉진을 위해 슬롯과 운수권 개방 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중복노선 국제선 65개, 국내선 22개 가운데 경쟁제한성이 있는 국제선 26개(40%)과 국내선 8개(50%)을 대상으로 신규 항공사의 진입, 기존 항공사 증편시 5개 항공사가 보유한 국내공항 슬롯 반납을 의무화했다. 이들 항공사가 반납해야 할 슬롯개수의 상한선은 각 노선별로 결정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중 1개사 점유율이 50% 이상인 노선의 경우, 결합에 따라 증가된 탑승객수를 감소시킬 수 있는 슬롯 개수만큼을 반납해야 한다. 점유율이 50% 미만이면, 양사 합산점유율을 50% 이하로 축소시킬 수 있는 슬롯의 개수를 내놔야 한다.

운수권 이전의 경우, 조치 대상인 26개 국제선 중 운수권이 필요한 총 11개 노선에 대해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경우 합병 대상 항공사가 사용중인 운수권은 반납이 의무화된다. 대상 노선은 유럽 ▲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 ▲로마 ▲이스탄불, 중국 ▲장자제 ▲시안 ▲선전 ▲베이징(부산), 기타 ▲시드니 ▲자카르타다.

이들 항공사가 반납해야 할 운수권 개수의 상한선은 슬롯의 반납 개수 산정 기준과 동일하다. 다만 미배분된 운수권이 존재할 경우, 반납해야 할 운수권 개수에서 이를 차감한다.

하지만 슬롯반납과 이전 절차, 실제 이전될 슬롯의 개수와 시간대, 이전 대상 항공사 등 슬롯 이전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운수권 반납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신규 항공사가 진입을 신청하는 시점에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행태적 조치로는 운임 인상 제한과 공급좌석수 축소 금지, 서비스질 유지, 마일리지 통합을 부과했다. 조치 기간은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는 날까지로, 각 노선별 구조적 조치가 모두 이행돼 신규 항공사의 진입이 완료되면 각 노선별로 행태적 조치의 이행 의무는 종료된다.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구조적 조치를 부과하되,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운송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 구조적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행태적 조치를 병행 부과하기로 했다. 구조적 조치가 불가능하거나, 경쟁제한성 해소가 효과적이지 못한 국내선 6개 노선의 경우 행태적 조치만 적용한다.

시정조치는 주식취득이 완료되는 기업결합일부터 시작되고, 조치 이행기간은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이다.

조건부 승인 내용을 살펴보면, 당초 공정위가 밝힌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요구도 일정부분 반영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대한항공은 구조적 조치 중 해외공항 슬롯 이전과 관련해 일부 문구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최종적으로 '예외사유'가 추가됐다. 대한항공은 해외공항을 허브로 가진 외항사의 경우 이미 그 곳에서 압도적인 슬롯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슬롯 이전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공항의 슬롯 또한 항공사의 중요 무형자산이기 때문에 가치를 고려않고 이전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정위 측은 대한항공의 주장을 수용했다. 신규 진입 항공사가 ▲외국 공항 슬롯을 이전·매각 ▲운임결합 협약 등을 체결 ▲국내 공항 각종 시설 이용 협력 ▲영공통과 이용권 획득을 위한 협조 등을 요구시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행태적 조치도 대부분 수정 조치됐다. 공정위는 당초 '노선별 공급 좌석수를 2019년 공급좌석수 미만으로 축소 금지한다'는 조항을 달았는데, 대한항공 요청에 따라 '2019년 공급좌석수 대비 일정비율 미만'이라고 일부 문구를 수정했다.

'운임인상 제한' 조치의 경우, 공정위는 분기별 각 클래스별 평균운임을 2019년 대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 이내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와 공급 모두 현저히 감소한 상황인 만큼, 2019년 운임을 현 상황에 적용할 경우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조치는 유지하되, '2019년 기준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의무 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서비스도 '2019년 기준 대비 불리하게 변경 금지'에 더해 '상품·서비스 변경이 불가피하거나, 전체적인 품질 저하를 초래하지 않는 상품·서비스 내용의 조정은 불리하게 변경하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추가했다.

하지만 항공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자국 항공사의 성장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한항공은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유입될 수 있는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통합이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된 만큼, 대한항공이 불합리한 시정조치를 이유로 M&A를 철회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파산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측 대리인은 전원회의에서 "최근의 실적개선은 직원들의 극심한 고통분담의 결과"라며 "대한항공의 인수추진이 없었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자체 능력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자체 신용만으로 자금 조달도 힘들다"고 호소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각 시정조치 대상 노선의 경쟁제한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합으로 경쟁사가 줄어들 경우 기본적으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시장점유율'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통합 항공사가 촘촘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 공정위의 여러가지 규제로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정조치 적용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이행감시위원회를 설치한 점에 대해서는 항공산업 특성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산업은 유가와 환율, 전염병 등 외생변수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특히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이행감시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점은 경영자율성을 떨어뜨리는 자충수라는 지적이다. 또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라는 통합 명분도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기업결합을 아직 심사 중인 해외 경쟁당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공정위의 규제 강도가 약하지 않은 만큼, 해외 경쟁당국도 이를 참조해 통합 항공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현재까지 한국 공정위을 비롯해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9개 경쟁당국에서 M&A를 승인받았다. 아직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6개국에서 아직 심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며, 향후 해외지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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