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포함 주요 계열사 합산 매출만 10조원···유력 원매자 부상인수 주체 KG ETS 현금성 자산, 5000억원 훌쩍···자체 조달 여력↑쌍용차 인수 후 1조5000억원 이상의 경영 정상화 자금 확보 관건작년 국내 완성차 시장서 8만4000여대 판매, 점유율 0.6% 최하위'20년 '무형자산손상차손' 액수 801억원, 개발비 1369억원 58.5%
7일 IB(투자은행) 및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KG그룹은 최근 쌍용차 매각 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 EY한영은 다음달 중 쌍용차 매각을 위한 재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KG그룹은 국내 최초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이 모태인 회사로,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키워왔다. 이니시스, 모빌리언스, 할리스커피, KFC, 동부제철 등을 인수했으며, 이를 통해 화학, 전자 지불 결제대행업, 프랜차이즈업, 철강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KG그룹은 현재 거론되는 인수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 평가받는다. 지주사 KG케미칼의 매출만 5조원에 달하고 시너지가 예상되는 KG스틸(옛 KG동부제철)매출도 3조 3000억원에 이른다. 인수 주체로 알려진 KG ETS 매출 규모 역시 3조원을 넘어선다.
KG ETS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 규모는 681억원에 불과하지만, 환경에너지·신소재 사업부 매각 대금 5000억원이 하반기 중 납입될 예정이어서 자체 조달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업계는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선 인수 대금과 채권 변제액, 운영 자금 등을 합쳐 최소 5000억원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8년 동부제철 M&A를 함께 성사시킨 재무적 투자자(FI)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인 데다 KG케미칼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약 3600억원에 달해 인수 대금 확보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KG그룹의 자금력은 현재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 다른 후보자들을 압도한다. 현재까지 쌍방울그룹과 소방차 제조회사 이엔플러스 등이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이들의 자금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 이엔플러스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500억원에 불과하고, 현금성 자산도 50억원에 그친다. 쌍방울그룹 또한 에디슨모터스나 이엔플러스에 비해 자금력은 우수하지만 보유현금이 1436억원 수준이어서 쌍용차를 인수하고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쌍방울그룹과 이엔플러스의 쌍용차 인수전 참여 의도가 '차익 실현을 위한 주가 띄우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쌍방울그룹의 계열사 미래산업이 지난 4일 쌍용차 인수에 참전키로 한 또 다른 계열사 아이오케이 보유 지분 647만6842주를 124억1479만원에 처분하면서 이런 의혹은 더 짙어지고 있다. 당일 주당 매각가는 1917원 수준으로, 주가가 급등하기 전날인 31일 종가 1235원과 비교해 55%가량 높았다. 미래산업은 처분 목적을 '주식 매각에 따른 현금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지만, '먹튀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되는 양상이다.
쌍용차 평택 공장 개발 이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쌍용차 공장 부지는 약 85만㎡(약 26만평) 규모로 현재 가치가 9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실거래 가격은 더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쌍용차와 평택시는 부진 이전을 놓고 MOU를 맺은 상태다. 인수자가 확정 돼 부지 용도가 주거 지역으로 변경되면 공장 부지일 때 보다 매각가를 더 크게 쳐서 받을 수 있다. 오랜 경영난에 시달리는 쌍용차를 인수하는데 잠재적 원매자들의 주가가 치솟는 이유다.
하지만 KG그룹은 이런 의혹에서 자유롭다. KG케미칼과 KG스틸은 일부 부품대금을 받지 못 해 쌍용차 채권단에 속해 있다. 설령 쌍용차가 청산에 들어간다고 해도 평택 부지를 포함한 자산 일부를 넘겨받을 수 있는 위치이다. 그럼에도 인수자로 등장한 데는 그만큼 인수 의지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KG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KG스틸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KG스틸은 옛 동부제철로 2018년 KG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흑자 전환을 이뤄내며 현재는 KG그룹의 캐시카우로 급부상하고 있따. 지난해 실적만 해도 매출 3조3534억원, 영업이익 306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43.2%, 영업이익은 176.2% 증가했다.
문제는 KG그룹이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쌍용차의 정상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다. KG그룹의 현재 자금력은 5000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으나 조 단위의 경영 정상화 자금을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결과적으로 쌍용차의 자생력을 키워 투자금을 최대한 줄이는 선의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쌍용차는 지난해 연결 기준 2613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2017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상으로는 20분기째 영업적자다. 최근에는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자동차 판매량 마저 저조해 사실상 자력으로 회복하기엔 불가능한 상황이다. KG그룹의 자금 지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선 쌍용차 대주주였던 마힌드라의 경우 2010년11월 쌍용차를 5225억원에 인수했지만, 계속되는 쌍용차의 자금난에 지난 10년 간 단 한 차례의 배당금도 챙겨 받지 못했다. 이후 더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지 않은 채 지난 2020년 투자금 회수까지 포기하면서 경영권을 내려놨다.
KG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한다고 가정한다면 신차 개발과 부대 비용 등을 비롯해 판매에 고전이 예상된다. 지난해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 업계 기준 8만4000여대 판매됐다. 점유율 0.6%으로 완성차 업계 최하위다. 그렇다고 KG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한다고 해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쌍용차는 지난 2020년 개발비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비용인 '무형자산손상차손'으로 전환된 액수는 무려 801억원에 달했다. 같은 해 투입한 개발비 1369억원의 58.5%에 달하는 규모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해당 기간 투자한 금액의 절반 이상이 무효한 셈이다. 현대차 및 기아 이외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와의 경쟁에서 이렇다 할 대항마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KG그룹의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쌍방울그룹과 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며 쌍용차를 인수하더라도 조직 내 고난도의 경영 해법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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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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