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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실리콘밸리式 벤처은행' 꿈꾸는 윤종원 기업은행장

금융 은행

'실리콘밸리式 벤처은행' 꿈꾸는 윤종원 기업은행장

등록 2022.04.19 16:00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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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벤처 대출' 벤치마킹한 지원 체계 구축'성장가능성' 토대로 혁신기업에 대출 내주고 '금융·비금융 컨설팅' 통해 본궤도 안착 조력윤종원 "데스밸리 극복 위해 정책금융 강화"

사진=기업은행 제공사진=기업은행 제공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실리콘밸리식 벤처기업 육성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담보나 재무적 성과가 부족한 스타트업을 위해 '성장가능성'에 주목한 대출 심사 문화를 확립하겠다는 복안이다. 스타트업의 저변 확대로 모험자본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은행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지원 방식을 벤치마킹한 스타트업 대출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 기존의 모험자본 투자 정책과 혁신창업 육성플랫폼 'IBK창공'의 장점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원 행장은 최근 4박6일간 실리콘밸리 출장에서 500스타트업스와 와이콤비네이터, 플러그앤플래이 등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를 둘러보며 국내 모험자본 시장에서의 역할 강화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특히 윤 행장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만나 담보·재무지표보다 발전 가능성을 토대로 벤처대출(Venture Debt)을 지원하는 방안을 공유했다. 이들의 대출 방식을 국내 여건에 맞게 도입함으로써 스타트업 지원과 데스밸리 극복을 위한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초기 단계라 윤곽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기업은행은 SVB의 운영 철학에 수년간의 스타트업 육성 노하우를 가미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행장이 주목한 SVB와 이들의 상품을 보면 기업은행이 나아가려는 바를 점쳐볼 수 있다.

1983년 출범한 SVB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과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PE)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금융 전문은행이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트위터를 비롯한 굴지의 기업을 지원한 곳으로 유명하다. KDB미래전략연구소의 2017년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미국 벤처기업(테크·생명과학)의 47%가 이 은행과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SVB '벤처 대출'의 차별화 포인트는 지원 대상을 엄선한 뒤 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돌려받는 방식에 있다. 통상 SVB는 VC·PE와 연계해 이들이 1차적으로 투자한 벤처기업, 통상 시리즈 A에서 시리즈 B로 넘어가는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며 이후 이뤄지는 추가 자본투자를 상환재원으로 활용한다. 우량 VC·PE에 의해 초기 자본투자가 이루어진 벤처기업이라면 기술력과 성장, 후속 투자 가능성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는 판단에서 출발한 전략이다.

금리가 높지도 않다. 통상 SVB는 벤처기업으로부터 소액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취득함으로써 이자율을 낮춘다. 대출액의 4~5%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통주 또는 우선주 워런트로 받는 식이다. 기업의 이자 부담과 은행의 손실 리스크를 함께 덜어내려는 취지에서다. 그럼에도 SVB는 매년 두 자릿수의 양호한 수익성을 지켜내고 있다.

이에 대해 박희원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높은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면서도 위험과 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SVB의 사업모델이 벤처금융에 대한 국내은행의 인식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국내 벤처시장의 차이를 고려할 이 모델을 그대로 차용하기 어렵다"면서도 "한국형 벤처 대출 도입을 위해 상품 운용기법과 노하우, 규제 등 제반조건에 대한 정교하고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따라서 기업은행 역시 이러한 의견과 국내 창업 생태계 동향을 두루 반영해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이미 주요 은행이 기술금융대출 상품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어서다. 중소기업의 우수 지식재산권(IP)을 담보로 대출을 내주는 게 대표적이다. 17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작년말 기준 316조36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 늘었다. 산업은행도 '데이터 기반 혁신기업 특별자금'으로 작년에만 약 1000억원의 실적을 냈다.

다만 기업은행의 대출 체계는 그보다 한 단계 진화한 방식이 될 것으로 은행 측은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동시에 은행 내 여러 플랫폼을 활용한 맞춤형 컨설팅으로 창업 초기 기업의 본궤도 안착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기업은행은 혁신 창업기업에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IBK창공'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1월말까지 총 460곳에 4860억원의 투·융자와 5517건의 컨설팅·멘토링·투자설명회(IR) 등을 지원했다. 별도로 전도유망한 기업을 대상으로 IPO와 세무·회계 컨설팅도 제공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벤처기업 대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면서도 "은행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모험자본 공급에 주력해온 만큼 그간의 노하우를 접목하면 보다 효율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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