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 "스테픈 게임 아냐"···게임법 규제 피해게이미피케이션 보편화에도···P2E '사행성' 규제 막혀게임업계, "유독 게임만 역차별···규제 방향 바꿔야"
쟁점은 M2E와 P2E가 유사한 방식으로 이용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음에도, 유독 국내 게임만 '사행성' 규제에 막혀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게임업계는 과거 게임법의 틀에 신사업을 가두지 말고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함께 네거티브식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지난달 말 M2E의 대표적인 앱 '스테픈'에 대해 게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스테픈의 경우 게임성이 일부 존재하지만 건강 기능에 중심을 둔 서비스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스테픈을 비롯한 M2E 서비스는 게임법의 적용을 피해갈 수 있게 됐으며 유저들 또한 M2E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스테픈은 호주의 '파인드 사토시 랩'이 개발한 M2E 서비스로 걸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NFT로 발행된 최소 150만원 상당의 운동화를 구매하고 이용자가 야외에서 일정 수준의 활동을 달성하면 가상자산(암호화폐)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당초 스테픈이 초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P2E와 마찬가지로 게임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었다. 게임법상 게임물은 사행성을 이유로 가상자산의 현금화를 금지하고 있다. 스테픈이 주는 가상자산을 외부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스테픈이 게임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면 국내 서비스는 어려워진다. 이에 게임위는 지난달 스테픈의 게임성에 대해 심사했고 게임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P2E 트렌드가 떠오른 이후 게임위는 국내에서 출시된 P2E 게임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출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게임위는 지난해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의 등급 분류 취소를 결정했으며, P2E 게임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도 등급분류 결정 취소 통보를 받고 앱마켓에서 퇴출됐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에선 유독 게임물만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거 산업 간 경계가 명확했던 시대와는 달리 대중의 모든 여가시간, 놀이를 즐기는 수단에서 '게이미피케이션' 방식이 사용됨에도 유독 게임에만 사행성을 잣대로 규제를 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즈위프트'처럼 운동기기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형태나, 티맵의 운전자 운전점수 기록, 틱톡 챌린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게임 방식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스테픈의 경우에도 이를 NFT와 접목해 돈을 버는 수단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특히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는 향후 국내 게임사가 만들고 있는 메타버스 생태계에서도 접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NFT를 적용해 게임을 출시하면서도 국내 시장에서는 선보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넷마블, 위메이드, 컴투스 등 국내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P2E 게임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지만 글로벌 출시만을 고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블록체인 시장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선점 효과'가 가장 중요하다. 게임사들은 플랫폼 내에서 쇼핑, 검색, 영상, SNS, 게임 등 다양한 방면의 시도를 접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다양한 사업 확장의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가령, IOS와 안드로이드가 생겨났을 때 그 안에 다양한 앱마켓들이 들어온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산업이 떠오른 만큼 기존 틀 안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지영 법률사무소 로앤코 변호사는 2021 게임정책 세미나'에서 "한국은 기존 게임법에 새롭게 등장한 메타버스를 집어넣는 방식인데,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전통적인 법해석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개별적 사례에 대한 판단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올해 초 NTP(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에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규제를 안 하는 것도 문제고 규제를 하는 것도 문제다.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블록체인은 앞으로 다양한 산업과 연계될 텐데, 유독 게임만 안 된다는 생각은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 초기에는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당장 출시를 막는 것보다는 출시는 허용해주되, 출시 이후 부작용들에 규제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생각"이라며 "블록체인 게임은 하나의 흐름인데 한국만 서비스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관련된 규제 방향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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