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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모펀드 분쟁조정서 '투자자 책임' 인정한 이복현 금감원장

첫 사모펀드 분쟁조정서 '투자자 책임' 인정한 이복현 금감원장

등록 2022.06.13 16:0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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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하나은행, 헬스케어펀드 40~80% 배상" "투자자 자기책임사유 등 가감해 배상비율 결정"독일헤리티지 펀드 등 분쟁서도 기조 이어질 듯펀드 피해자 반발···"금융사 중심의 편향된 결정"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취임식. 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하고 있다.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취임식. 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피해를 불러온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와 관련해 하나은행에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투자자 손실액의 최대 80%를 배상토록 했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이뤄진 결정인 만큼 향후 '사모펀드 분쟁조정'에 대한 기준점이 되지 않겠냐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3일 하나은행의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1536억원 규모의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를 판매했으나, 전액 환매중단되면서 444명의 개인투자자와 법인 26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에 금감원은 1월27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하나은행에 일부 업무 정지 3개월과 과태료, 임직원의 견책~면직 등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날 분조위에 상정된 안건은 총 2건이다. 금감원은 지금까지 접수된 분쟁조정 민원 108건 중 대표성이 있는 사례를 추려 조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분조위는 두 건 모두 하나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은행 측이 소비자의 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탓이다. 또 1등급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내부통제 미비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도 크다고 판단했다.

단,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사례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40~80%로 산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우리은행이 판매한 라임·무역금융펀드와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보고 100% 배상을 권고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은 강제성을 띠지 않은 일종의 권고 사항이다. 당사자인 신청인과 금융사가 조정안을 받은 뒤 20일 이내에 이를 수락해야 성립된다.

투자자가 여전히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주장하며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지만, 하나은행은 분조위가 권고한 비율대로 자율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은행 측은 헬스케어 펀드 투자원금의 70%를 투자자에게 미리 지급한 상태다.

금감원 측은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면 환매 연기로 미상환된 1536억원(504계좌)에 대한 피해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복현 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가동한 분조위가 이러한 판단을 내렸다는 데 있다. 그간 펀드 피해자와 업계에선 이번 조정에 유독 시선을 떼지 못했다. 검찰 출신 원장의 업무수행 능력과 피해자 구제의 진정성을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다.

특히 이 원장은 취임 직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 시스템을 통해 다시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외부에서는 원점 재조사까진 아니더라도, 검찰이 추가 수사를 진행할 경우 금감원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보호에 힘쓰겠다는 메시지란 시선도 있었다.

다만 분조위가 이번에도 배상비율을 40~80%로 결정하자, 신임 원장 역시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인정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판정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작년부터 라임과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주요 사모펀드 사태의 분쟁조정이 일단락됐지만, 아직 일부는 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헤리티지 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금감원 측은 당초 작년말 해당 펀드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분쟁조정이 미뤄지면서 아직 일정을 잡지 못했다. 늦어도 7월엔 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피해자는 반발하고 있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측은 논평을 통해 "금감원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해 피해자보다 금융사 중심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렸다"면서 "피해자는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집단 민사소송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배상비율을 40~80%로 본 분조위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에 대한 개별적인 판단"이라며 "다른 사모펀드와 관련해선 명확한 사실관계를 따져본 뒤 처분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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