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이 주식시장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선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건 윤 대통령에게 큰 지지를 보냈죠. 하지만 현재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약 1400만 명에 달하는 동학개미의 변심은 지지율에 분명 악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현재 글로벌 증시는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제 침체 우려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하락 폭이 주요 글로벌 증시보다 크다는 건데요.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이 고환율에 못 이겨 이탈하면서 변동성이 더욱 높아지는 모습입니다.
지난 1일 장중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밑돌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증시 변동성 완화조치'를 내놨습니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하고, 공매도 특별점검을 실시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 13곳은 신용융자 담보비율을 낮추거나 반대매매 시점을 연기했는데요. 하지만 반대매매를 고작 하루 늦추고 담보비율을 10%p 내리는 걸로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긴 어렵다고 봅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급락장 때도 이 같은 '언 발의 오줌누기'식 조치는 실효성이 없었죠.
물론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충격을 어느정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주식 매입을 위한 증시안정기금 조성이나 공매도 일시적 금지를 논의해 볼 수 있겠습니다. 국민연금공단 등 연기금은 외국인투자자들과 다를 바 없이 연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고, 펀더멘털이 강한 기업들도 공매도에 발목이 붙잡혀 있으니까요.
공매도는 '주가거품 방지'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하락장에선 주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은 우리증시에서 현물은 팔아치우고 공매도로 수익을 쓸어가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은 '공매도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대체 어떤 식으로 점검하겠다는 건지, 어떻게 조치하겠다는 건지 구체성이 떨어집니다.
글로벌 악재가 반영돼 주가가 조정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해외증시보다 낙폭이 큰 건 내부 변수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올해에도 주요 기업들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펀더멘털'에서 주가 급락의 이유를 찾기는 힘듭니다.
대표적으로 HMM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예고했지만 코스피 공매도 잔고금액(8746억원) 1위에 올라있습니다. 공매도의 영향으로 주가는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황이죠.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설립 목적은 금융산업 선진화, 금융시장 안정, 건전한 신용질서 및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 확립,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 수요자 보호 등입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여야 마땅합니다.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기 어렵다면 잔고에 상한선을 두는 공매도 총량제나 기관·외국인에 대한 증거금 도입, 전날 종가 이하 공매도 호가 제출금지 등이라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오늘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입에서는 실효성 있는 증시안정대책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