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관계사별 조용한 추모 진행
SK그룹은 이날 선대회장 24주기를 맞아 SK 부자가 지난 50년 간 추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더욱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이하 선대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한 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성장 기반을 닦은 경영인이다.
선대회장은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조림과 인재양성에 집중하며 ESG 경영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들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 유지를 이어받아 탄소감축 경영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며 ESG 경영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고 있다.
SK는 선대회장이 50년 전부터 환경과 사회를 중시하는 경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SK에 따르면 선대회장은 일찌감치 산림과 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숲과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선대회장은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에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를(현 SK임업) 설립한 뒤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선대회장은 임야 매입을 부동산 투자로 바라보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방의 황무지를 사들였고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어 산림녹화에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50년 전 민둥산은 4500ha 걸쳐 4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다. 선대회장이 조성한 숲은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에 달한다.
선대회장이 심은 나무는 인재양성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림에서 발생한 수익을 장학사업에 사용키로 했다.
경영이 어려워지더라도 나무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장학금에 사용, 지속가능한 장학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나무를 키워 현금화하는데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선대회장은 우선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설립 뒤에는 '세계 수준의 학자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매년 유학생을 선발, 해외로 보냈고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학위 취득시 SK 근무와 같은 일체의 조건도 달지 않았다. 1974년부터 시작된 고등교육재단 장학사업은 IMF와 세계금융위기 등 극심한 경제위기에도 계속됐고 현재까지 장학생 4000여 명과 박사 820여 명을 배출한 '인재의 요람'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일요일 아침을 깨웠던 장학퀴즈도 SK의 대표적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선대회장은 1973년 장학퀴즈가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 위기에 처하자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단 한 명이 보더라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며 단독 광고주로 나선 이후 2300여 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 가량 후원하고 있다.
선대회장은 평소 무덤으로 좁은 국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을 주장했다. 지난 1998년 8월 타계하면서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 SK가 장례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실제 선대회장은 회장으로 장례를 치렀고 SK는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에 장례시설인 '은하수 공원'을 조성해 기부했다.
선대회장 유언을 계기로 화장률이 1998년 27%에서 10년 뒤 62%, 최근에는 90%로 상승했고 화장시설 공급난이 해소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SK 관계자는 "선대회장은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림과 인재를 육성해 사회와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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