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치매약' 임상3상서 효능 확인, CMO 기대 ↑전체 매출 90% 이상 해외서 발생, 환차익 기대에피스 자회사 인수로 '2조클럽'···일부 손실 불가피'바이오 이니셔티브' 영향 적을 듯, 현지 생산기지 검토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제약업체 바이오젠은 최근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 임상 3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했다.
바이오젠은 일본 에자이와 함께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 후보 물질로 '레카네맙'을 개발 중이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에서 1·2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레카네맙을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내년 1월 6일까지 심사를 종료할 계획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2003년 이후 신규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크다. 특히 바이오젠이 개발하고 있는 2세대 항체치료제는 증상 완화가 아닌 병의 근본부터 치료하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가 매우 큰 상황이다. IMARC 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63억4000만 달러에 달하며,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6.5%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이오젠의 치료제 생산을 글로벌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들이 맡을 거란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전날 오전 장중 한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 가까이 오르며 82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치솟는 환율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수주를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달러 기반의 계약 비중이 높아 높은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매출 중 약 93%는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또 CMO 및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원부자재 비용을 고객사로부터 환급받는 구조여서 원재료 매입과 관련한 위험이 제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고객사가 지정하는 거래처를 통해 원재료를 구입하고, 구매한 원재료 및 부대비용에 대해 고객사와 정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부적으로 원화 환율변동에 대한 환위험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는데, 1분기 말 외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1210원대에서 10%(1330원대) 오를 경우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약 638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9일 기준 1438.9원으로 거래됐다.
물론 올해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인수함에 따라 실제로는 1000억원 가까운 환손실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에피스 매출이 연결실적으로 잡혀 '2조 클럽' 가입은 따 놓은 당상이다. 환손실은 에피스 인수 대금을 달러로 나눠 내야 하기 때문으로, 회사는 상반기 보고서에서 외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1232원대에서 10%(1355원대) 오를 경우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약 932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에피스 실적 반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올 상반기에 1조원을 넘겼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1627억원, 영업이익은 3461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개별 기준 상반기 매출도 1조150억원으로 1조를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5037억원, 영업이익 171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2%, 3.2%씩 증가했다. 1분기에는 역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5113억원, 영업이익 1764억원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호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올 상반기 글로벌제약사들과 대규모 수주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지난해 수주 총액을 훌쩍 넘는 실적을 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12일 아스트라제네카(AZ)와 4571억원(3억5000만 달러)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CMO 계약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최근 매출액 대비 29.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실제 본계약이 체결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누적 수주액은 10억600만 달러(약 1조2772억원)로 늘어난다. 8개월 만에 지난해 수주액 10억2400만 달러(약 1조1602억원)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회사는 올해 들어서만 다국적제약사 7곳과 총 8건의 CMO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본계약 체결 시점은 공개할 수 없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 할 예정"이라며 "본계약 체결시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또 CMO 및 CDMO 사업은 대부분 장기계약이고 관행상 계약 연장이 빈번하기 때문에 최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으로부터 받는 영향도 당분간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행정명령은 바이오산업의 자국생산을 주요 골자로 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공장이 없어 지금까지 수출한 모든 제품들을 국내에서 생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량생산·공급 능력은 주요 글로벌 경쟁력으로 꼽힌다. 회사는 급증하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 송도 11공구에 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35만7000㎡)를 매입한 상태다. 현재 사용중인 제1 바이오캠퍼스(23만8000㎡) 보다 규모가 약 30% 크다. 기존 1~4공장과 마찬가지로 대량의 항체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5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에도 생산기지를 둘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4개 지역을 신규 공장 후보지로 점찍고, 인수합병(M&A)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회사 측은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면서도 "행정명령 이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sui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