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금융팀', 나란히 정무위 감사 출석 국회, 론스타 사태와 이상송금 책임 조명하고매각 앞둔 대우조선 자금회수 방안 추궁할 듯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4일 국무조정실을 시작으로 약 20일간의 국감 일정에 돌입했다. 6일과 11일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20일엔 산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가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치르는 국감인 데다, 정무위원도 절반 이상 교체된 만큼 여야와 금융당국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주현, '론스타 사태' 책임론에 진땀 예고=그 중 금융위 감사의 최대 화두는 단연 '론스타 사태'다. 10년간 이어진 분쟁에서 부분 패소한 우리 정부가 약 3000억원의 부담을 짊어진 것은 물론, 관련 사안을 책임지던 인물이 바로 금융당국을 이끄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어서다.
정부는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에서 일부 패소 판정을 받아들었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47억 달러 규모 ISDS를 제기한 바 있다. 정부가 고의로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였는데, 판정부는 정부에 2억1650만달러(환율 1300원 기준 약 2925억원)를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정무위는 '론스타 사태' 관련 인물을 증인으로 채택하며 책임 추궁을 예고했다. 2012년부터 론스타 사건의 정부 측 대리인단에서 활동한 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변호사(4일 국무조정실 감사 출석), 외환은행 인수를 결정했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김주현 위원장 역시 정치권의 화살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부위원장이던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함께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현안을 총괄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 애초에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승인했다. 오히려 매각을 조력함으로써 론스타가 약 5조원의 차익을 챙기도록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핵심 현안 부상한 '이상 외환거래' 사태···5대 시중은행장 줄소환=금감원 감사에선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포착된 수상한 외환거래가 집중 조명될 전망이다. 검찰과 감독당국이 진상 규명에 속도를 높이는 와중에 이례적으로 5대 은행 CEO가 모두 증인 명단에 포함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상 해외송금' 사태는 문제를 감지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당국에 이를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은 지난 6월 두 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한 데 이어 자체 점검으로 의심사례가 발견된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검사에 나섰다. 그 결과 혐의 업체 82곳으로부터 72억2000만달러(약 10조1000억원)에 달하는 거래가 이뤄졌음을 잠정 확인했다.
금감원은 이들 중 상당수를 국내외 가상자산거래소간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로 추정하고 있다. 일례로 한 사업자는 여러 곳의 유령회사를 만든 뒤 제품을 수입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대금 지급 명목으로 해외에 돈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활용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입하고 국내에 되팔아 5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올렸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국회는 은행 CEO를 상대로 경위를 추궁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미 정무위는 ▲권준학 농협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을 증인 명단에 올렸다.
검사를 지휘하는 이복현 원장의 의중도 관심사다. 앞서 그는 검사결과 외국환업무 취급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은행엔 관련법규에 의거해 엄중 조치할 것임을 시사했다.
◇국책은행 품 떠나는 대우조선···자금 회수 해법은?=산업은행 국감에선 21년 만에 채권단의 관리 체제를 종결할 대우조선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은행은 사실상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낙점하는 대우조선 민영화 방안을 수립한 상태다. 인수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맺고 약 3주간 공개 입찰을 진행하되, 추가로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한화 측에 대우조선을 매각한다. 이른바 '스토킹 호스' 방식이다.
한화그룹은 최종 인수자로 선정될 경우 상세실사 후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획득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원, 한화시스템이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사가 1000억원 등을 투자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그룹은 49.3%의 지분을 든 최대 주주에 올라서고, 산업은행은 지분율이 28.2%로 희석되면서 2대 주주로 남는다.
다만 대우조선 매각 가격이 국책은행 차원에서 투입한 자금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 것은 산업은행이 해명할 대목으로 꼽힌다. 강석훈 회장으로서는 자금 회수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 몇 년간 대우조선에 들어간 자금은 최소 7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5년 정부는 대우조선이 6조원대 손실을 낼 것으로 우려되자 산업은행 2조6000억원, 수출입은행 1조6000억원 등 총 4조2000억원을 지원토록 했다. 2017년엔 분식회계로 추가 부실이 발생하자 한도대출 형태로 2조9000억원을 다시 투입하기도 했다.
일단 산업은행 측은 대우조선의 기업 가치가 회복되면 출자전환한 지분을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 첫 감사인 만큼 곳곳에서 크고작은 갈등이 예상된다"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정책 국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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