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급격히 늘어난 세 부담 지적 vs 야, 제동 걸면 부자에게 혜택국토부·부동산원 "현실화율 목표 조정 '개선안' 검토 중"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한국부동산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는 전임 문재인 정부시절부터 추진된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현실화율 정책은 공시가격을 시세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다. 하지만 보유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과 비교해 2.76배(6조9364억원)가 늘어나고,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67개 관련 항목에서 문제가 생기자 비판여론이 일었다.
주택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주택 가격으로 한국부동산원이 업무를 위탁수행하고 있다.
주택가격 현실화율 정책을 두고, 여야는 서로 상반된 입장에서 질의를 진행했다. 여야의 위원들이 번갈아가면서 국토부 관계자와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에게 질의를 하는 방식으로 공방이 이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정책이 과도한 세금부담을 가져왔다면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김희국 국민의힘은 "국토부는 공시가격을 올려도 범 정부적인 협조를 통해 세율을 조정하면 세 부담이 안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세금을 매길 때가 되자 아무런 부서도 세율 조정을 하지 않아 세금 폭탄을 맞았다"면서 "현재 주택 매매가격이 떨어지면서 공시가격과 매매가격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어떡할 것이냐"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현실화율 정책 개선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연도별 목표 현실화율과 목표달성기간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정책의 신뢰성 문제도 지적됐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정책을 도입했지만 가격대별, 지역별 현실화율이 다르다는 조사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면서 "산출근거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결과가 없었다"고 했다.
손태락 원장은 "공시가격 산출 근거에 대해선 국토부의 검증이 진행 중"이라면서 "산출 근거 공개에 대해서는 범위 등을 고려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정책에 제동을 걸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수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정책에 제동을 걸면 고가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자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세에 맞춰 공시가격을 올리겠다는 현실화율 정책이 추진되면서 세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해 적정가격에 대한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누가 혜택을 볼 지에 대해선) 아직 판단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이 늘어난 것이 확연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정책에 제동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세무사 A씨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정책은) 세율이나 세목이 아닌 것을 건드려서 우회적으로 세금을 인상한 꼼수"라면서 "일부의 부담만 늘어났다고 하기엔 세 부담이 늘어난 사람이 적지 않고, 세액도 크다"고 했다. 감정평가사 B씨는 "목표치를 정해놓고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행위는 '행정'이 아닌 '정치적 행위'에 가깝다"면서 "공시가격 산출 근거를 공개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선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 가격 통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값 안정돼 잇는 것처럼 나오는데 국민이 체감하는 것이나 민간통계와 괴리가 있다. 부동산원이 자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맹 의원은 이어 "읍면동 단위로 규제지역을 지정하기 위한 가격 통계와 외국인 부동산 소유 관련 통계가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통계는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손태락 원장은 최근 주택경기 침체에 대해선 "폭락이나 절반 수준으로의 하락은 과장된 이야기"라면서 "0.15% 정도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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