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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엿보기···해법 핵심은 '용적률 제한'

부동산 부동산일반 NW리포트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엿보기···해법 핵심은 '용적률 제한'

등록 2022.10.14 08:11

수정 2022.10.17 07:58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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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평균 용적률 169∼226%로 높아용적률 제한 해법이 마스터 플랜 관건지자체, 정부 대책 별개로 도시정비 속도일각선 "신공법 도입 기회" 주장도

1기 신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아파트.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김소윤 기자1기 신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아파트.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김소윤 기자

정부가 재건축 연한이 다가온 1기 신도시의 도시정비사업 방향을 고심 중이다. 1기 신도시는 약 30만 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 1~3년 사이에 공급된 데다 12층 이상의 고층아파트가 많다. 이 때문에 단지별 사업 추진속도 조절과 용적률 제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가 있는 5개 지방자치단체와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민의견수렴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13일 밝혔다.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정비계획수립을 별도로 지원하면서, 우선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선도지구'를 2024년까지 지정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존 용적률 따라 단지별 전략 달라질 듯=용적률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의 가장 큰 고민이다. 1기 신도시는 평균 용적률이 169∼226%로 높다. 신도시별 평균 용적률을 살펴보면, 고양 일산이 169%로 가장 낮다. 이어 ▲성남 분당(184%) ▲안양 평촌(204%) ▲군포 산본(205%) ▲부천 중동(226%) 순이다.

그래픽=장귀용 기자그래픽=장귀용 기자

업계에선 기존 용적률이 180%보다 높으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3종 일반주거지역을 기준으로 법정 한계 용적률인 300%를 받는다고 해도 공원이나 학교를 기부채납 해야 하고 임대주택도 공급해야해서다. 이 때문에 실제 아파트의 용적률은 260% 정도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내에서도 단지별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용적률과 단지규모를 따져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거나, 기존 지자체 계획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법과 정부의 대책발표를 기다리는 방향으로 나눠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

◇용적률 높으면, 리모델링이 유리=기존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리모델링은 안전진단에서 B등급만 받아도 추진이 가능하다. 초과이익환수와 기부채납을 할 필요도 없다. 법정 용적률 한도에 상관없이 기존 면적의 15% 이내에서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1:1 재건축을 해야 하는 정도의 용적률을 가진 단지라면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더 좋다.

실제로 용적률이 높은 1기 신도시 일부단지는 일찌감치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다. 성남 분당 한솔마을 5단지가 지난해 3월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계획을 승인 받은 이후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전국의 리모델링 추진단지 119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경기도권에 몰려있다.

그래픽=장귀용 기자그래픽=장귀용 기자

리모델링 시장의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건설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리는 등 1기 신도시 내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특별법'도 추진 중이다. 수직증축과 세대 간 내력벽 철거 등 업계의 요구가 얼마나 담기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더 좋아질 수 있다. 다만 이런 요구들은 안전문제와 직결돼 있어, 국토부에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용적률 낮으면, 정부 대책 기다릴 필요 없어=기존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이 충분히 확보되는 단지는 정부의 대책마련 전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1기 신도시 지자체 모두 정부정책과 별개로 정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고양시는 내년 말까지 자체적으로 일산신도시를 재정비 '선도단지'로 선정할 계획을 발표했다. 건축·리모델링 관련 기초조사, 사업 타당성 분석 등을 위한 컨설팅 용역, 안전진단 등을 지원해서 사업기간을 단축시키겠다는 것.

다른 지자체도 다양한 도시정비사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안양시는 준공 35년이 넘은 단지에 1차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부천시는 1기 신도시와 원도심 재건축을 같이 추진해 도시의 풍경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마스터플랜, 2024년 선도지구부터 적용···인센티브 내용은?=정부가 구상하는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은 내년 2월 발의할 예정인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바탕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통합심의를 통한 사업기간 단축, 용적률 인센티브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마스터플랜은 2024년까지 지정할 예정인 '선도지구'부터 적용된다. 국토부는 노후도, 주민 불편, 모범사례 확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도지구를 지정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아직 선도지구의 지정 규모와 안전진단 면제 여부, 착공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엿보기···해법 핵심은 '용적률 제한' 기사의 사진

시장에선 일명 대장주단지 보다는 2~3위 정도로 꼽히는 단지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대장주단지를 선도지구로 선정할 경우 집값을 지나치게 자극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사업 추진으로 대규모의 이주수요가 생겨 전세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 L씨는 "집값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표본이 될 만한 800~1000가구 규모의 단지부터 먼저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집값 변동폭이 크지 않고 용적률이 비교적 낮은 고양 일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선도지구에 포함되지 못한 단지는 사업 속도가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 주민이주 문제와 공급량 조절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에만 용적률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1기 신도시에 특혜를 줄 경우 다른 도시의 단지들의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용적률 특혜를 주더라도 공공재개발이나 공공재건축처럼 혜택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배정하는 등 '조건'을 달지 않겠나"면서 "혜택을 주더라도 일조권 문제 등 거주여건 때문에라도 대선 공약이었던 용적률 500% 아파트는 불가능할 것"고 했다.

◇미국‧유럽선 거의 사라진 '내력벽구조' 탈피 기회?=일각에서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 신공법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시 재건축을 할 필요 없는 시공법을 도입해 건설폐기물을 줄이고, 미래 비용을 줄이자는 것.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대부분이 '내력벽구조'로 지어졌다. 내력벽구조는 다른 공법대비 공사비용이 저렴하지만, 층간소음에 취약하다. 구조체에 대한 보수나 변형도 어려워서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 등에선 거의 사라진 공법이다.

대안으로 제안되는 신공법으론 '장수명주택'과 '모듈러주택'이 있다. 장수명주택은 구조적으로 오래 유지관리 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고 있어서 입주자의 필요에 따라 내부구조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주택을 말한다. 모듈러주택은 주요 자재와 부품을 공장에서 생산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하는 주택이다.

장수명주택은 건물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구조체를 철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 건물이 오래됐을 때 재건축을 할 필요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새 건물처럼 단장이 가능하다. 주택 내부의 침실의 크기나 개수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장수명주택의 가장 큰 단점은 사업성이다. 장수명주택에 주로 도입하는 기둥보 방식은 기존 아파트에 비해 용적률 대비 층수가 10% 가량 적어진다. 공사비용도 20% 가량이 더 든다. '평생주택'이라는 개념이 다른 나라에 비해 희박한 우리나라는 당장 비용을 더 내고 미래 비용을 아끼는 장수명주택을 선택하는 조합이 드물다.

전문가들은 층수 혜택을 주고 분양가 책정에서도 가산비용을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 장수명주택 건설을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수 SYC 대표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우리나라 주택산업의 향후 50년을 결정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면서 "친환경자재와 반영구적 구조체를 쓴 장수명주택을 지어야 철거로 인한 폐기물문제와 재건축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모듈러주택 도입도 좋은 방안으로 꼽힌다. 모듈러주택은 일종의 조립식주택이기 때문에 6~9개월 정도의 기간만으로도 건물을 짓는다. 손쉽게 건물의 주요 부분을 교체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30만 가구에 이르는 1기 신도시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서 모듈러의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모듈러주택은 아직까진 공급량이 적은 탓에 기존 철근콘크리트(RC)구조에 대비 120%의 공사비가 든다. 업계에선 모듈러주택이 상용화되면 RC대비 80% 수준의 공사비로 주택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아직 조립식주택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있고,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모듈러주택 전문가 B씨는 "모듈러 주택의 가장 큰 취약점이었던 화재에 관한 부분은 기술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장려와 홍보가 뒷받침 된다면 재건축 조합에서 모듈러주택 방식을 선택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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