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계기 보완 입법 목소리 분출'반의사불벌죄 폐지' '조건부 석방제' 등 대안 나와전담반 설치 등 일선 현장 전문성 강화도 병행 지적도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가운데 '신당역 사건' 이후로 총 7개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들에는 스토킹 범죄 범위 확대와 스토킹 범죄자의 위치 추적, 스토킹 행위 신고 시 즉각적인 현행 체포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논의 핵심은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다.
현행 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3항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며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다. 만일 피해자가 1심 판결 전까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기각 판결로 재판이 끝나게 된다. 상당수 스토킹 범죄가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실에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밝혀 공소기각으로 판결이 마무리된 후 2차 범죄 혹은 보복 범죄가 이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신당역 사건 발생 이틀 후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 의원의 개정안은 또 스토킹 범죄가 지속성과 반복성을 띤다는 점을 강조하며 긴급한 경우에 한해 스토킹 행위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역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에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위치 추적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소병철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와 함께 그동안 한계로 지적돼 온 스토킹 범죄의 법적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행 스토킹처벌법 제2조는 '스토킹 행위'로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피해자를 따라다니거나 피해자의 진로를 막는 행위 ▲피해자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을 건네는 행위 ▲주거지 등에 놓인 물건 훼손 등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 의원은 여기에 '주거·직장·학교 등과 온라인공간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개인정보 또는 사생활 정보를 수집·기록·저장·보유·가공·편집'하는 행위를 추가했다.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함께 '조건부 석방제'도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조건부 석방제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심사 단계에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되 일정 조건을 달아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다. 현재는 영장 발부 단계에서 판사는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 중에서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구체적 조건으로는 일부 범죄에 대해 주거지를 제한하거나 전자발찌 착용, 보증금 납부, 제3자 출석보증서, 피해자 접근 금지 등이 있다. 스토킹 행위자가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없지만 구속영장을 기각하기에는 재범·보복의 우려가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다. 신당역 사건에서도 법원이 가해자의 주거 제한 또는 전자발찌 부착 등 조건을 달아 석방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찰이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지난 8월까지 스토킹 범죄자 구속을 위해 신청한 구속영장의 30% 이상이 검사의 불청구나 판사 기각으로 발부되지 않았다. 송치가 이뤄진 스토킹 범죄 4554건 가운데 불구속은 4300건으로 전체 송치건수의 94.4%였고, 구속은 254건으로 송치건수 대비 5.6%, 전체 검거자 수 대비 3.5% 수준에 그쳤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조건부 석방제' 도입이 스토킹 범죄 예방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감명'의 안갑철 변호사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논의되는 국회의 입법이 바른 방법이라면 성범죄 사건에 대한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후 성범죄 사건의 발생 비율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며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형벌은 행위자의 책임에 비례해야 하고, 때로는 피해자의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며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만큼 피해자의 권익과 피의자의 방어권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 일선 경찰의 인력 보충과 전문성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스토킹 범죄 신고의 폭증에도 일선 경찰 인력은 매년 제자리라는 지적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서울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스토킹 신고 수는 4992건으로 지난 2018년(6~12월)에 비해 5.5배 증가했다.
이에 비해 서울시 31개 경찰서에서 스토킹 범죄를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과 수사팀 인력은 700명 안팎으로 5년간 큰 차이가 없었다. 여성청소년과 수사팀 한 명당 담당하는 스토킹 범죄 건수는 2018년 1.3건에서 2022년 7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안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 가해자의 지속적인 범죄 행위 등이 충분히 입증되고 그 것이 행위자의 인신을 구속할 사유가 되는지 여부 등을 검토할 수 있는 전담반 등이 설치돼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권에서 최근 일어난 사건들을 계기로 국민 정서에만 기대는 법안을 제시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법은 존재의 문제도 있지만 적용의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뉴스웨이 문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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