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공기업 수장 尹 캠프·與 정치인 줄줄이 꿰차국토부 산하기관·협회장 공모에도 비슷한 현상 감지도공에 함진규 내정설···전문공제조합엔 이은재 낙점심교언·이한준 거론되던 LH···유력후보 이름 바뀌나
윤석열 정부 들어 각 부처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수장자리에 보은이나 낙하산으로 의심되는 대선캠프 출신이나 유력 여권 정치인들이 잇따라 낙점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 산하 기관장 인선에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조짐이 일어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 대선캠프 출신 등 보은이나 낙하산 논란 인물들이 꿰찰 수 있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이나 협회 수장 공석 자리가 크게 늘고 있다. 원희룡 장관이 산하기관이나 기관장에 대한 감찰을 수시로 지시하는 등 칼을 빼들면서 하반기에만 김현준 LH사장,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 권형택 HUG(허그)사장이 잇달아 자진 사퇴해 빈 자리가 적지 않다. 더욱이 인천국제공항공사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전 정부의 색이 짙은 기관장들도 추가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외에 타 부처 산하 공기업들은 이같은 기류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표적이다. 산하 한국지역난방 공사 수장에 윤석열 캠프 상임정무특보를 맡았던 정용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가스공사 사장도 윤 캠프에서 탈원전대책 및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한 최연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기류가 국토부 산하기관장이나 조합·협회장 인선에도 감지된다. 한국도로공사 사장 낙점설이 퍼진 함진규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관련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함 전 의원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도로공사 사장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식 공모 절차가 진행되기 전이지만 벌써부터 사실상 사장이 결정되어 있다는 의미.
그는 제19·20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지냈다. 올해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의 수도권 선거대책 총괄 본부장을 지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사표를 던진 후 당내 경선에서 물러나 바 있다. 이후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의 경기지사 후보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다만 한국도로공사 신임사장은 공모는 커녕 시작단계인 임원추천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도로공사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공모를 통해 선발된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추리고, 주무부처(국토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임 사장은 정식 공모절차를 통해 임명될 것"이라며 "내정자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신임 사장 공모절차를 진행중인 LH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까지 차기 유력 후보자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비롯해 김경환 전 서강대 교수,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박무익 전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정창수 전 국토부 1차관, 서명교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 등. 그러나 최근엔 지금껏 물망에 오른 교수나 관료출신이 아닌 또다른 인물을 용산(대통령실)이나 여당 정치권에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이 퍼지고 있다.
즉, 최근 정부 산하 공기업 사장 공모에서 보은이나 낙하산 논란에도 윤석열 캠프출신 인사들이 낙점되는데는 대통령실이나 여권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데 LH사장 공모에서도 강력한 새 후보자가 등장하며 사장 인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 실제로 일부 관가와 LH 안팎에선 최근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교수나 관료출신 보다 실세 정치권 출신이 LH사장에 더 적임자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여당 실세와 가까운 힘 있는 정치인이 LH 수장으로 지휘봉을 잡는다면 국회의원들의 각종 지역민원 등 늘 외풍에 시달리던 LH의 바람막이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같은 정치인 출신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도 손발 맞추기가 더 수월할 수 있다.
윤석열 캠프 출신이나 여당 정치권 실세들과 가까운 인물들의 국토부 산하 공기업 투하 논란이 현실화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국토부 산하 A 공공기관 감사 자리에 여권의 실세 정치인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 B씨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관가에 돌고 있다. 원래 감사 자리에 낙점된 인물이 있었지만, 여권 실세 구도가 바뀌면서 돌연 B씨로 가닥이 잡혔다는 설도 나온다. B씨가 지방에서 일부 유관업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경력이 있다고 하나 전국 규모의 국토부 산하 대형 공공기관의 감사로 적절한 지는 의문부호가 달린다는 시각도 있다.
조합장이나 협회장 자리에도 윤석열 캠프 낙하산 논란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먼저 전문건설공제조합 새 이사장 후보에 오른 이후 이사장 공모심사 결과에서 이사장 최종 후보에 오른 이은재 전 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건설이나 금융 관련 경력이 전무한 이 전 의원은 다음달 1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선임안이 통과되면 이사장으로 취임해 3년 임기를 시작한다.
문제는 이은재 전 의원이 건설을 비롯해 금융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데 있다. 이은재 전 의원은 건국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에서 활동했으나 건설, 금융 분야 경력은 없다. 2018년 20대 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겐세이'(끼어들기), '야지'(훼방)라는 일본어를 사용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는 '윤석렬 사수' 혈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서도 그는 자질 논란을 겪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낙하산 인사가 올 수는 있겠다고 예상했지만, 건설·금융 분야에 전문성이 전혀 없고 공식석상에서 마구잡이로 일본어를 사용해 국회의원으로서도 자질 논란을 빚은 인물이 낙점돼 좀 황당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일부 지방공기업에서도 국민의힘 실세 정치인과 가까운 인물이 자리를 꿰차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한 예로 지방 C공사에도 여당 소속 고위급 인사와 가까운 인물과 친분이 있는 인사가 사장직에 올랐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최근 사장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인물 이름이 자주 바뀌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이 일치된 의견이 나오지 않고, 따로 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되는 이유가 된다. 아무래도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낮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혼선을 빚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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