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기자협회, '자율주행차 상용화' 주제로 심포지엄 개최전문가들 "안전 기술 및 상용화 위한 제도·인프라 확보해야" 이구동성 레벨4 도달해도 수익 창출 최소 2년...업계 생존 환경 조성 필요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27일 대구 엑스코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현성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과 사무관,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사무국장,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상무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심포지엄의 좌장을 맡은 김정윤 대구가톨릭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기술 및 인프라 관점에서 정부 부처와 지자체, 연구 및 표준 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한 노력이 활발하지만 우리는 자율차에 대한 관심, 기대와 함께 과연 자율주행차가 안전할 것인가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첨단 장비가 장착된 차량과 함께 표준화된 운전자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차와 함께 판매된 운전자(인공지능을 가진)의 인지와 판단, 액션을 우리가 마치 내가 운전하듯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우리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자동차 제작사와 많은 기관들이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실차 실험으로 대체할 수 없는 수많은 운전 조건과 교통 상황을 반영한 시나리오 기반 엣지 케이스에 대한 사고 시뮬레이션과 실주행 데이터의 확보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탑승자의 안전을 정량화할 수 있는 평가 척도나 방법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으며, V2X(Vehicle to Everything)와 같은 자율주행 인프라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 방법이나 자율주행차가 개입된 자동차 사고의 판정 및 분석 방법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상무)은 "모바일 혁명은 2007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전까지 가정용 유무선 전화기에서 벗어나 신기술로 호평을 받았던 다양한 셀룰러폰의 전성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기존 셀룰러폰은 굉장히 빠른 시간내 종적을 감춘 바 있다. 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의 변화가 예상된다. 백여 년의 전통을 지닌 내연기관은 전기차로 인해 빠르게 대체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지능을 가진 자율주행차는 먼 미래의 가능성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AI로 무장한 선도업체들의 빠른 변화에 점점 전통 자동차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변화에서 우리 자동차 업체들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자율주행으로의 변화가 미래 자동차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수많은 하이테크의 융복합 기술인 자율주행은 결코 만만한 도전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성공시킬 경우,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 성장성이 담보될 수 있다.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학계와 금융투자업계의 이같은 주문에 자율주행 기술 및 행정 전문가들은 기술 및 제도 마련 부분에선 많은 진보를 이뤘다고 입을 모았다.
신현성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과 사무관은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제도 정비, 인프라 구축, 기술 개발 지원 및 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 기준을 2019년 12월 세계 최초로 제정한 이후, 2020년 4월 보험 제도도 정비했다. 이에 따라, 현재 레벨3 자율주행차는 일반 판매와 운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실제 상황에서의 실증과 데이터 축적을 위해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 제도를 운영하는 한편, 안전기준 등 다양한 규제 특례가 주어지는 시범운행 지구를 지정해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여객과 화물 운송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가 더욱 안전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첨단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를 순차적으로 구축해 자율주행차의 교통상황 인지 기능을 지원하고,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선, 노면 표지 등이 포함된 3차원 정밀 도로지도는 2030년까지 전국 구축을 목표로 현재 일반 국도를 대상으로 구축 중이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인프라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범부처 R&D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사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자율주행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산업발전협의회 등 민관 협업 체계를 구축해 투자를 촉진하고, 데이터 공유 활성화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사무국장은 "자율주행기술개발사업은 산업통상 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4개 부처 공동기획으로 예비 타당성을 통과해 지난해 3월 사업단을 발족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본 사업은 7년간 정부 예산 약 8000억 원을 지원받아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자동차에 더하여 인프라 기술을 연계, 보다 안전한 자율주행기술 완성을 위해 융복합 레벨4+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88개 세부과제 중 65개가 진행 중이며, 456개 연구기관에 약 4000명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기술은 차량뿐만 아니라 AI, SW, 센서, 데이터, 표준, 법제도, 비지니스 모델 등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 결정체로 특정 분야의 기술만으로는 국민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11개의 기술협의체와 법제도 전문가 협의체를 운영하며, 연구 과제간 연계-협력을 통한 기술을 완성해가고 있다. 또한 1개 도시를 선정해 2026년부터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리빙랩으로 구축해 다양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직접 국민이 체험하며 기술을 실증하는 연구 과제도 추진할 예정이다. 앞으로 기술 발전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뒤지지 않고, 3대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강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에서 기술적 진보가 이뤄졌다고 해도 자율주행 사업 자체가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발생하기 전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자율주행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차량플랫폼개발실 상무는 "레벨4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 시점까지 자율차 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 레벨4 자율차의 상용화 정책 수립시 레벨3 자율차의 사례를 중요하게 참조할 필요가 있다. UN의 국제 기준이 제정된 이후 메르세데스-벤츠가 전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차 인증을 받기까지 약 18개월이 소요됐고, 판매까지 24개월이 소요됐다. 즉, 2025년도에 레벨4 자율차의 법규가 제정된다 하더라도 인증을 받고 판매를 개시해 기업의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202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즉, 자율차 업체 입장에서는 5년 이상을 수익 없이 견뎌내야 하는 것인데, 이는 지금과 같이 시장 상황에서 매우 가혹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계적 자율차 기업이 크루즈(Cruise) 또한 적자가 매일 69억 원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에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이 그만큼 잠재력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자율차가 대한민국의 미래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 정책의 병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영석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고문(글로벌오토뉴스 국장)도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구현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5년 전과 같은 레벨2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로보택시와 셔틀, 그리고 고속도로의 대형 트럭에 한정적이기는 하지만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발전돼 일반 승용차에도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빅데이터로 학습할 수 없는 기술적 장해물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도로 위의 모든 차량이 자동으로 운행 돼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교통량이 지금보다 세 배 가까이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혁신이다. CPU와 인공지능 등에 대한 획기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그것은 자동 운전뿐 아니라 자동차 생산방식의 변화와도 연계된다. 아직은 벽을 넘지 못한 인공지능의 한계를 누가 넘느냐에 따라 산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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