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사상 첫 중동 월드컵이며 카타르의 무더위를 감안해 겨울에 열리게 된 월드컵이다. 역대 가장 작은 국가에서의 개최이기도 한데 총인구 약 300만 명의 국가에 월드컵 기간 무려 120만 명 이상의 방문자가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막 도시에 세워진 웅장한 경기장을 보면 문제없이 축제 준비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은 유독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우선 월드컵 유치를 둘러싼 로비 논란이다. 지난 8일 블라터 FIFA 전 회장이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로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 당시 개최지를 발표한 장본인이다.
개최지 투표 2주 전에 카타르 왕세자가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축구연맹 회장을 만났고 이후 유럽에서 4장의 지지표가 카타르로 향했다는 것이다. 당시 유력 개최 후보였던 미국을 꺾은 카타르는 그 대가로 6개월 후 프랑스 전투기를 구입했다고 덧붙였다.
개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숙박시설을 둘러싼 논란도 골치 아프다. 카타르는 개최지 결정 이후 숙박시설에 약 116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은 역부족한 상황이다. 대형 크루즈에 캠핑카까지 동원했지만 비싼 가격과 열악한 시설로 방문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논란은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이다. 카타르는 월드컵을 위해 7개의 경기장을 비롯해 공항, 도로, 약 100곳의 호텔 등을 건설했다. 카타르 정부는 그 과정에서 수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투입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월드컵 유치가 결정된 2010년 이후 지난해 2월까지 6500명 이상의 인도·파키스탄·네팔·방글라데시·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카타르에서 숨진 외국인은 무려 1만5000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사망자 대부분이 월드컵 관련 건설 노동자라고 추측한다. 무더위 속 급속도로 건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동자 피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타르의 여름 평균 기온은 45℃로 매우 높은데 많은 노동자들이 물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채 더위를 견디며 일했다.
석유로 부유해진 중동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노동을 자국민이 아닌 이주노동자들이 하고 있다. 그만큼 노동 관련 정책에 국가는 무관심했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번 역시 카타르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에 무관심했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사망한 근로자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조차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숨진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돌연사·자연사로 분류돼 사망원인조차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인권을 보호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 먼 나라 이야기이지만 사실 낯설지가 않다. 한국에서도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안전장치나 교육 없이 투입됐다가 노동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비극을 본 국민들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항의의 의미로 일부 기업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이주노동자 문제 역시 우리 사회에도 존재한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농업 이주노동자의 약 70% 이상이 임시로 만들어진 비주거용 숙소에서 생활한다. 지난 2020년 말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이주노동자가 추위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믿기 힘든 만큼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카타르 월드컵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어간다. 일각에서는 월드컵 보이콧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도 하지만 축제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일부 기업들이 오버랩 된다.
물론 선수들과 관중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많은 선수들에게 평생을 꿈꿔온 무대일 것이고 관중들에게는 소중한 축제의 장이다. 그들이 피해자가 되어선 안 된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기업 노동자들의 피해가 불합리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사망한 건 사실이다. 이미 수많은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앞으로 발생할 비극을 막는 데에는 동참할 수 있길 바라본다.
뉴스웨이 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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