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 11년 만에 최저···매매가격도 최대 하락갈수록 쌓이는 미분양에 계약취소 요구도 늘어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구 중구의 주상복합단지 '대구역경남센트로펠리스'는 총 144가구 가운데 10% 가량이 급매물로 나와 있다. 매물의 가격은 최저 4억2900만원에서 최고 5억원으로 2019년 분양가인 5억3300만원에서 3000만~1억원의 떨어졌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내지 못해 연체이자까지 물게 되면서 급매물이 많이 나왔다"면서 "지난 10월 실제로 마이너스프리미엄 1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굳어진 상태"라고 했다.
최근 대구는 위 단지 뿐 아니라 대부분 분양단지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다. 잔금을 내지 못해 매물을 내놓은 사람은 많아졌지만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다.
이러한 추세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10월 대구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월 보다 5.3p 하락한 78.2를 기록했다. 지수를 공표한 2011년 7월 이후 11년 3개월 만에 70선 이하로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넘지 못하면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이나 거래 감소 등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전체적인 아파트 매매가격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대구의 아파트 가격은 일주일 전에 비해 0.48%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한 2013년 1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전세 가격도 일주일 전보다 0.53% 떨어졌다. 이 역시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미분양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9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주택은 1만539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 미분양(4만1604가구)의 25%가 넘는 주택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구·경북의 미분양 증가 속도는 위험단계에 진입한 상태"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대구의 미분양적체가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구에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아파트 3만6035가구가 분양됐는데 같은 기간 서울(1만4863가구)의 2.4배가 넘는다. 내년 입주예정물량도 3만2554가구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는 주택인허가 건수도 올해 들어 8월까지 2만2000여 가구를 넘겼다.
집값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쌓이자 분양단지들은 '할인분양'이나 억대의 '무상옵션'을 내걸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수성구 신매동 '시지 라온프라이빗'은 최대 7000만원(전용 84㎡ 기준)의 분양가 할인을 내걸었다. 분양가가 약 7억99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에 가까이 가격을 깍은 셈이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대구의 분양단지들에선 분양계약을 취소하려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이달 초엔 견본주택을 찾았던 계약자가 계약 취소를 거부당하자 의자를 집어던져 주택모형을 파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부동산 전문 법무법인 산우의 유정훈 변호사는 "계약금만 납부했다면 계약취소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중도금까지 납입하기 시작했다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면서 "계약률이나 분양률을 속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심각한 차이가 있지 않는 이상 '판촉행위'로 봐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어 구제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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