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만에 롯데 계열사서 1조6500억원 규모 자금 수혈내년 만기 도래 채무가 고비···일각선 두산 사태 재현 우려업계 "우발채무 위기만 넘기면 큰 문제 없을 듯"
일각에서는 알짜 계열사까지 팔아치우게 만든 2020년 두산그룹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롯데건설의 경우 내년 만기도래 채무를 막고 공사비 대금회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문제를 쉽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은 지난주 회사에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롯데건설이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으면서 그룹 계열사로부터 1조65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미다. 하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아직 4개월가량 남은 상태다. 하 사장은 2017년 3월 롯데건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2018년 1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면서 계열사를 동원해 한 달여 만에 대규모 자금을 수혈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18일 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 등이 참여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 10일에는 롯데홈쇼핑서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았다.
계열사들은 롯데건설이 돈을 빌리는 데도 관여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20일 롯데케미칼로부터 7000억원을 차입했다. 지난 8일에는 롯데정밀화학과 3000억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18일엔 롯데물산의 보증으로 350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일각에선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롯데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호텔롯데는 지난 18일 보유 중이던 롯데칠성음료 보통주 27만3450주(2.72%)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전량 처분했다. 이날 종가(13만8500원) 기준으로 매각 대금은 약 379억원이다.
업계관계자는 "롯데건설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자칫 그룹 전체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실제로 두산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2018년부터 순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두산건설이 무리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미래 성장 동력원으로 평가받던 두산솔루스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처분하고 두산건설도 사모펀드에 넘어가고 말았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선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많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경우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막기만 하면 현재 진행 중인 공사들의 공사비 회수와 분양대금 정산으로 위기를 타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실제로 그룹사에서 조달한 자금도 나중에 다시 갚는 '차입방식'이 많다"고 했다.
한편, 하 사장의 후임으로는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롯데물산과 롯데지주 등을 거쳤다. 롯데건설 출신으로 기획‧개발‧감사 등 다방면에 경험이 많고, 롯데물산 대표를 지내면서 롯데월드타워의 준공을 이끈 경험이 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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